범현대가 3세 정대선씨가 최대주주(지분 81%)로 있는 중견건설업체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분양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지방 건설업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인맥과 자금력이 풍부한 범현대가 건설사마저 무너지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각한 지방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속초 헤리엇 THE 228의 미분양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속초 헤리엇 THE 228 조감도.[사진 제공=에이치엔아이엔씨]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한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지난해 8월 강원 속초시 장사동에 분양한 속초 헤리엇 THE 228의 미분양 발생(총 214가구 중 119가구 미분양) 이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썬앤빌', '헤리엇' 등의 브랜드를 가진 시공능력평가 133위의 중견 건설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연 매출은 2837억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해 지방 중견건설사 우석건설과 동원건설산업이 부도난 데 이어 올해 시공능력평가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에이치엔아이엔씨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줄도산 공포가 현실화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1월 기준) 7만 5359가구 중 85%에 육박하는 6만3102가구가 지방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분위기도 좋지 않다. 이미 지방 중소건설업계에서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24일 기준 지방 권역에서 올해 폐업한 종합·전문건설업체만 518개다. 서울과 수도권(경기·인천)을 포함한 전국 폐업 건설사 수 863개(철회 19개 제외)의 60%가량이 지방 소재다.
지방 중소 건설회사 중 17%가량은 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중소 건설사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치는 한계기업 비율은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6.7%로 올라갔다. 서울·수도권 중소 건설사(13.4%), 대형 건설사(9.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방 중소 건설사 가운데 1년 뒤 부도날 확률이 5%를 넘는 부실 위험 기업 비중도 2021년 11.4%에서 지난해 12.8%로 늘었다. 서울·수도권 지역 중소 건설사와 대형 건설사는 이 비율이 각각 11.1%, 5.5%에 그쳤다.
대구의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인맥과 자금력이 풍부한 범현대가 건설사마저 미분양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가 나는 상황인데,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지방의 건설사들은 어떻겠냐”며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건설사가 여럿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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