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인턴 중진공 채용외압' 혐의 최경환 전 의원 무죄 확정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 직원을 채용해달라고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원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최 전 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채용 청탁을 한 사실은 있었지만, 그 같은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나 강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요건이나 강요죄의 해악의 고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중진공을 관할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2013년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에게 자신의 지역구(경북 경산)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후원금 관리나 지역 민원 접수 등 보조업무를 담당하던 황모씨를 중진공에 채용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중진공은 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황씨의 1차 서류전형 점수를 2140등에서 176등으로, 인적성검사 성적을 164등에서 146등으로 각각 조작하고, 합격 정원까지 늘렸다.
하지만 2차 면접에서 외부 면접위원의 강한 채용 반대로 불합격됐던 황씨는 최 전 의원과 박 전 이사장의 독대가 이뤄진 뒤 면접 결과가 바뀌어 최종 합격했다.
최 전 의원은 자신의 국회 사무실을 방문한 박 전 이사장으로부터 '외부위원 반발이 심해 황씨의 채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까 믿고 한 번 써봐"라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외부에 알려지면 의원님께 누가 될 수도 있으니, 비정규직으로 1년 더 근무하다가 내년에 다시 응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건의했지만, 최 전 의원은 "알았어, 괜찮아, 그냥 해"라고 재차 채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검찰은 이 같은 최 전 의원의 행위가 국회의원의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낀 박 전 이사장으로 하여금 황씨를 부당하게 합격시키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고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로 최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최 전 의원은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사실도 없고, 황씨를 합격 처리할 것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중진공에 채용을 청탁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아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행위는 강요죄의 구성요건인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와 증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최 전 의원이 박 전 이사장을 만난 사실과, 황씨의 채용을 청탁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해 직권남용죄나 강요죄가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최 전 의원이 박 전 이사장에게 단순히 황씨의 채용을 요구했을 뿐, 그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중진공에 대한 감시·감독 권한을 행사해 중진공이나 박 전 이사장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언행을 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최 전 의원의 행위에 형식적·외형적으로 직무집행으로 보이는 '외관'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중진공에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가 국회의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최 전 의원이 소속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중진공의 업무에 대해 사후적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도, 자신과 친분관계가 있는 특정 개인의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는 사후적 관리·감독 권한과는 무관한 행위임이 그 요구행위 자체로도 명백해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중진공 이사장에게 자신과 친분관계가 있는 개인의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 사항에 관해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뿐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 최 전 의원이 박 전 의원에게 재차 채용을 요구한 것만으로 묵시적으로 해악을 고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박 전 이사장이 최 전 의원에 대해 실망, 반감, 분노 등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보일 뿐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받을 정도로 겁을 먹었는지는 의심이 가 강요죄의 구성요건인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형벌법규의 해석과 적용은 엄격해야 하므로, 비록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범행 동기나 방법 및 범행 정황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이를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고려해 그 형을 무겁게 정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런 사정을 이유로 형법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하거나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증명책임을 완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법원은 공소장에 기재된 구체적 범죄사실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장에 기죄된 적용법조의 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지, 피고인의 행위가 윤리적·도덕적으로 정당하다거나 허용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의 채용 청탁에 따라 직접 채용 비리를 저지른 중진공 관련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채용 청탁을 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결과만을 고려했을 때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법감정에 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민이 되기도 한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러나 공소장에 기재된 죄명으로는 피고인이 유죄라는 확신이 들지 않은 이상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최 전 의원은 경북 경산 지역에서 17·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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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18년 1월 구속기소된 최 전 의원은 2019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고 복역해 오다 지난해 3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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