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정치자금 큰손이자 억만장자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업자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실리콘밸리은행(SVB) 구제방안에 대해 미국식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직격했다.


그리핀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경제 미국이 우리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가 예금자들을 모두 구제하면서 금융 규율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는 SVB 파산 사태가 미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포괄적 정책 패키지를 두고 연방정부가 또다시 월가 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12일 미 재무부, 연방준비재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의 법상 보호한도를 넘어가는 전체 90% 이상의 예치금까지 모두 보호하겠다고 밝히며 패닉으로 인한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사태의 연쇄 발생을 막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SVB 붕괴 사태의 불똥이 금융계 다른 영역으로 옮겨붙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이튿날 뉴욕 증시 등 지표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금융업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건전한 시장 질서가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그리핀은 "규제 당국의 직무 유기의 전형"이라고 힐난했다.


그리핀은 미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금융권 유동성은) 충분히 강하다며 모럴 해저드에 대한 큰 교훈을 줄 기회였는데 정부가 그 기회를 놓쳤다고 일갈했다.


머디 워터스 캐피털의 설립자인 카슨 블록도 "예금자들은 그들 스스로 예금 은행의 투자 위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SVB의 법정 한도를 넘는 예치금을 보호하는 것은 위험 관리가 시대착오적이었다는 메시지를 놓치게 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관리 회사 AQR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공동 설립자인 클리프 애즈니스도 자신의 트위터 "예금자들이 그들이 돈을 두는 곳에 대한 위험도를 고민할 기회를 빼앗았다"며 정부가 SVB의 예금자를 구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적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 몰린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하려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 몰린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하려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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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주장은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미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이 전날 "미 정부가 파산한 은행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공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힌 것과 대비된다.


애크먼 회장은 미 정부의 긴급조치에 대해 "구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정부가 납세자로부터 걷은 세금을 우선주 형태로 은행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이번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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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1930년대식 뱅크런이 지속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수백만명이 고난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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