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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채근담 '지나간 일에는 마음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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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채근담 '지나간 일에는 마음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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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필사 콘텐츠는 일별, 월별로 테마에 맞춰 동서양 고전, 한국문학, 명칼럼, 명연설 등에서 엄선해 전달된다. 오늘은 동양 최고의 지혜서라 불리는 <채근담(菜根譚)>에서 두 칙을 소개한다. 한문학자 안대회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엄밀한 고증과 연구를 통해 우리말로 옮기고, 평설을 더했다. 교보문고 구환회 소설담당 MD가 추천했다. 글자수 98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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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83칙-지나간 일에는 마음도 떠나라


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풍래소죽, 풍과이죽불류성);

雁度寒潭, 雁去而潭不留影(안도한담, 안거이담불류영);

故君子事來而心始現, 事去而心隨空(고군자사래이심시현, 사거이심수공).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오지만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에는 바람 소리가 머물러 있지 않다.

기러기가 차가운 못을 건너가지만

기러기가 가고 나면 못에는 기러기 그림자가 머물러 있지 않다.

그러니 사람은 일이 닥치면 마음에 비로소 일이 나타나고

일이 없어지면 마음은 자연히 비어 있다.


지금 당장 하는 일에 충실하라. 지난 일과 앞에 일어날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

대숲에 바람 소리가 머물러 있지 않고, 못에 기러기 그림자가 머물러 있지 않듯이, 매사에 미련을 두지 말고 살 일이다. 일은 이미 끝났고, 관계는 벌써 끊어졌는데도 미련을 둔다면 새로운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새로운 사람은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나간 옛 모습을 너무 자주 뒤돌아보지 않아야 그 마음에 새로운 것이 들어갈 넉넉한 공간이 생긴다.



후집 123칙-꽃은 반쯤 피고 술은 은근히 취해야 정취가 있다

花看半開, 酒?微醉, 此中大有佳趣(화간반개, 주음미취, 차중대유가취).

若至爛漫??, 便成惡境矣(약지란만모도, 편성악경의).

履盈滿者, 宜思之(리영만자, 의사지).


꽃은 반쯤 핀 것을 보고

술은 은근히 취할 만큼만 마시니

그중에 멋진 정취가 듬뿍 담겨 있다.

만약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술에 흠뻑 취한 지경에 이르면

곧이어 꼴사나운 장면을 연출할 것이다.

극성한 형편에 있는 사람은 이 점을 생각해야 한다.


좋은 술도 만취하도록 마시면 추태를 부리게 되고, 예쁜 꽃도 흐드러지게 피면 시들어 간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더없이 좋은 시기를 거치면 자만하여 추악한 꼴을 보인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더없이 좋은 극성기를 맞이할 때 마음껏 즐기지 말고 조심하라는 경계의 마음을 담았다. 그래도 극성한 시기에 자만하여 험악한 꼴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이가 많다.


-홍자성, <채근담>, 안대회 평역, 민음사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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