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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K-팝 기획사도 글로벌 표준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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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H.O.T 세대다. H.O.T의 'CANDY'라는 노래가 울려퍼지던 중3 시절의 학교 운동장.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친구들의 모습은 청소년기의 따스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고등학교 시절 입시의 답답함을 풀어주던 코인노래방에서 내 애창곡은 S.E.S의 'Oh, My Love'였고, 같은 그룹의 'I'm your Girl' 뮤직비디오는 멤버 유진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홀려 100번은 돌려본 것 같다.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다수가 유년 시절 저마다 K팝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내가 S.E.S와 핑클, H.O.T와 젝스키스에게 느끼는 감정이 지금 유소년들이 미래에 에스파, 뉴진스, 블랙핑크, 방탄소년단(BTS)에 고스란히 품게 될 노스탤지어이기도 하다.

H.O.T가 탄생하고 20년도 더 지난 지금 K팝의 위력은 더욱 대단하다. 2020년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강타한 그 시절에는 BTS의 'Dynamite'가 미국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다. 신나는 뮤직비디오와 라이브가 격리생활에 고통받는 세계인의 삶을 위로했다. 당면한 현실에선 위안이 되고, 지나고 나면 삶의 한 시점과 맞물린 추억이 된다는 점에서 K팝은 더욱 가치가 있다.

그룹 H.O.T 활동모습
[사진=SM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H.O.T 활동모습 [사진=SM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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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은 다른 얼굴도 갖고 있다. K팝의 카리스마적 마력의 이면에는 '노예계약' '미성년 성 상품화' '황제적 경영' 등 도려내야 할 썩은 부위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K팝의 원조라 할 수 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였던 이수만 씨의 '황제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얼라인파트너스라는 행동주의펀드가 이수만 씨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의 고질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대주주 개인이 에스엠 주주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할 이익의 많은 부분을 빼갔다는 점을 지적하고 소수주주들의 지지를 받았다.


행동주의펀드의 압박이 단초가 돼 에스엠 지배구조가 불안해지면서 IT 공룡 카카오와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확보를 두고 피튀기는 전쟁을 벌였다. 두 기업의 인수 경쟁은 끝 모를 '쩐의 전쟁'으로 치달았고, 출혈경쟁을 멈추기 위해 하이브와 카카오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카카오가 결국 판정승을 거뒀지만 이번 인수·합병(M&A) 과정의 진흙탕 싸움 속에서 자본시장과 K팝의 추악한 모습이 낱낱이 폭로됐다. 물론 이수만이라는 독보적인 프로듀서의 활약이 없었다면 현재 K팝의 모습도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K팝은 세계 어디를 가도 인정받는다.

자본시장의 구성원이자 상장사로서의 K팝 기획사 모습은 그렇지 못했다. 1인의 개인기가 이끄는 후진적 경영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K팝이 사람들에게 문화적·경제적 풍요로움을 선사하면서 지속 발전하려면 K팝을 생산하는 기획사 역시 상장사로서의 글로벌 표준을 갖춰야 한다.


이수만, 방시혁, 김범수를 막론하고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소수주주, 회사의 구성원들과 아티스트, 협력사, 더 나아가서는 K팝 팬들의 투자와 노력으로 일군 성과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 행동주의펀드가 K팝 기획사 개혁의 신호탄을 쐈지만, 마무리는 주요 주주들의 몫으로 남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K팝 스타의 얼굴을 방 한 켠에 붙여놓고 추억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는 전 세계의 소년·소녀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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