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웨스트햄, 구단 돈으로 보수당 기부
보수당 지지하는 수뇌부의 독단적 행동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가 구단 자금으로 보수당에 거액을 기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웨스트햄은 축구계의 대표적인 노동자 구단 중 하나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영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날 공개한 문건을 인용, 웨스트햄이 지난해 9월26일 보수당에 9000파운드(약 1400만원)를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또 보수당은 일주일 후인 10월3일 이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잉글랜드 런던 남동쪽 웨스트햄 지역을 연고지로 한 웨스트햄은 1895년 지역 선박 제조 및 철공소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창단됐다. 이 때문에 팀 앰블럼에도 망치 두 개가 그려져 있으며, 팀의 별명도 ‘해머스’(Hammer)다. 지금도 웨스트햄의 팬은 노동자가 대부분이고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번 기부는 사실상 특정 정당, 그것도 보수당을 공공연하게 지지하며 후원 활동을 한 셈이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웨스트햄이 보수당에 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관위 기록에 따르면 2016년에도 1만2500파운드(약 2000만원)를 기부했다.
보수당 기부는 구단 수뇌부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0년 웨스트햄 부회장 자리에 오른 캐런 브래드 상원의원과 데이비드 설리번 구단주 등이 기부를 주도했다. 이들은 모두 보수당 지지자로 전해졌다.
이에 노동당 관계자는 “웨스트햄 수뇌부의 기부는 비싼 경기 입장권을 사는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할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기부는 웨스트햄 팬들의 뜻과 다를 뿐만 아니라, 클럽의 정치적 운영을 금지하려는 영국 정부 정책에도 반하는 행동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엘리트 축구를 위한 독립규제기관’(IREF·가칭) 설립을 포함, 자국 리그 운영 시스템의 대대적 개편안을 담은 백서를 냈다. 백서에 따르면 이 기관은 구단주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클럽 이익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 구단주가 정치적으로 주요한 위상을 지닌 인물일 경우에 비리나 유착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설리번 구단주는 최근 “클럽의 정치적 편향성을 감시하려는 규제기관은 끔찍한 발상”이라며 “이 나라는 엉망진창이다. 정부는 이런 정책으로는 한 표도 더 얻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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