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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人사이드]"日의 사죄는 계속돼야" 韓에 무릎 꿇은 하토야마 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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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서대문형무소 방문해 무릎 꿇고 사죄
이태원 참사 현장에도 방문하는 지한파

편집자주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 사람이 누군가 싶은 인사들이 많습니다. 일본 뉴스를 담당하는 국제부 기자가 한 주 동안 화제가 됐던 일본 인사, 그리고 그에 엮인 이야기를 함께 소개합니다.

이번 주 일본 신문을 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입니다. 그는 바로 2015년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문 등 일본의 가혹 행위를 사죄했던 인물입니다. 당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대서특필이 됐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최근 한국에도 몇 번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기사에서 다시 이름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다만 내용은 옛 통일교가 자신에게도 접근했었고, 영상 등에 출연하면 지원하겠다는 등의 증언과 양심선언이었습니다. 아마 그가 한국에서도 얼굴을 알린 인물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접촉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 “일본은 피해를 입은 국가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던 하토야마 전 총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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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전 총리는 1947년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하토야마 가(家)는 대표적인 금수저 정치가 집안입니다. 할아버지가 자민당을 창당했으며, 아버지인 하토야마 이이치로는 1976년 외무상을 지낸 인물입니다. 정작 정치인 집안이지만 그는 정치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법대를 가라는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도쿄대 공대에 입학합니다. 이후 스탠포드 공대에서 유학합니다.

유학 중 1976년 미국이 건국 200주년 축제로 한창이던 때, 미국인들의 강한 애국심을 보고 자신도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귀국 뒤에는 교수로 통계학 등을 가르치다가 1986년 자민당 소속으로 홋카이도 4구에 출마해 초선으로 당선됩니다.


자민당 안에서 동기 의원들과 초당파 모임인 '유토피아 정치 연구회'를 만들고, 당시 일본 역대 정경유착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리크루트 사건'을 파헤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리쿠르트라는 회사가 자회사 비상장 주식을 미리 정·재계 고위 인사들에게 싸게 팔아 부당 이익을 챙기게 했던, 사실상 뇌물 공여 사건이었는데요.


이후 자민당에 실망한 그는 자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했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후 민주당을 창당합니다. 그리고 2009년 중의원 총선거에서 308석이라는 의석수를 획득하고 같은 해 총리에 취임합니다. 당시 자민당의 오랜 통치를 끝낸, 54년 만의 정권 교체로 화제가 됐습니다.

그의 인생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물론 일본 내부에서는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제대로 마무리 못 지었다는 등 비판도 따라다니는 인사지만 중요한 것은 이분의 행보입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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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본 정계에서도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꼽힙니다. 부부의 한국 사랑도 대단하다고 하네요. 그는 2006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단하지 않는 한 한국과 신뢰를 꾀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가 한 번에 터져 한일 관계가 완전히 경색됐던 시기인데요. 하토야마 전 총리는 계속해서 한국 측과 만날 의사를 타진했고 2006년 한명숙 총리와 면담을 가지기도 합니다.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2015년 8월 12일 그가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한 일입니다. 당시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를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토야마 전 총리가 ‘돌발 행동’을 했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그는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연을 통해 “피해자가 그만 사과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가해자는 사과해야 한다”며 일본의 무한 책임론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최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무한책임의 자세로 입장을 내놓는다면 한일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도 말했는데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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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식은 그가 주창하는 ‘우애(友愛) 정신’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가 간 상호 존중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자는 것인데요. 이런 까닭에 한국에서는 한일관계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우군으로도 불립니다.


그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해 이사장에 취임했고, 여전히 꾸준히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과거사를 사죄했고, 지난 1월에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1월 11일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든 우당 특별상을 수상하러 한국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무한 책임 아래 사죄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입장에서 양국의 우호 발전과 동아시아 평화 구축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갈수록 우경화되는 일본 사회, 그리고 경색되는 한일관계 속에서 그의 발언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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