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른 리오프닝(경제 재개) 이후로도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중국 당국의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 투자 확대에 신중한 스탠스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는 최근 319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철폐에 따른 경제 재개 이후로도 미국 기업들의 반중 정서가 회복됐다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재개 이후에도 중국을 투자 목적지로 삼고 유턴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주중 미 상공회의소는 올해 이들 회원사의 글로벌 투자 계획에서 중국이 투자 우선순위 상위 3개국에 올라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5%에 그쳤다고 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전인 2019년 59%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미·중 긴장 고조와 일관되지 않은 규제 해석, 1인 권력 체제 굳히기에 따른 정치 리스크 때문이라고 WSJ은 해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사업체를 두고 있는 미국 기업의 절반가량이 지난해 중국 사업에서 연간 적자를 기록했고, 3분의 1이상은 매출 감소를 겪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WSJ은 그러나 미국의 식품·의류업체 등 일부 기업들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주춤했던 중국 시장 투자를 다시 늘리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소비재 기업 중심이라고 짚었다.
앞서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중국에서 신규 매장 3000개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맥도날드도 올해 중국에서 900개 신규 매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미 육가공업체 타이슨푸드와 스팸 제조사인 호멜도 새 공장을 건설하는 등 중국 내 영업을 대폭 확장하기로 했다. 패션 브랜드 코치와 케이트 스페이드 등을 보유한 의류업체 태피스트리와 랄프로렌도 중국에서 신규 매장을 늘리는 추세다.
WSJ은 정부 주도의 재정 부양과 막대한 투자 대신 소비자들이 중국의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 회복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예년보다 작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중국 봉쇄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추세가 짙어지는 것도 이 같은 투자 환경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이클 하트 상공회의소 회장은 미 기업들이 지난 3년간 공급망 교란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겪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정찰 풍선' 사태로 고조되는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도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달 16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록히드마틴, 레이시온에 제재를 가했다. 미국이 중국 정찰 풍선의 자국 영공 진입을 이유로 관련 중국 기업들을 제재한 데 대한 맞불 조치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퀄컴이나 인텔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수출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미·중 간 제재 부메랑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고도 성장의 동력이었던 인구 증가가 꺾인 것이라는 등 중국이 더이상 세계 경제의 동력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이같은 투심 악화를 부추긴다. 중국 인구는 올해부터 빠른 속도로 감소해 2042년에는 13억명 이하로 떨어지고, 2069년에는 10억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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