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성욕·식욕·갈증 중 어느 게 더 강할까?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성욕, 식욕, 갈증 중 어느 욕구가 더 강할까? 과학자들이 생쥐를 모델로 실험했더니 극단적이지 않고 적당한 환경일 경우 식욕보다는 성욕이 더 강하고, 갈증은 다른 모든 욕구들을 누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식욕을 적당히 억제한 생쥐를 굶겼더니 어느 정도까지는 먹는 것보다 이성과 어울리는 것을 더 선호했다. 반면 갈증을 느낀 생쥐는 식욕·이성과의 어울림을 외면했다.
독일 쾰른대 연구팀은 23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leptin)의 효과를 모방한 기술로 수컷 생쥐의 식욕을 억제했다. 그랬더니 수컷 생쥐들은 하룻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 적당히 배가 고픈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먹이를 담은 그릇보다는 암컷 생쥐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뇌세포 일부를 활성화해 포만감을 촉진하는 렙틴 호르몬이 동물의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해 이같은 실험을 기획했었다. 연구팀이 예상대로 렙틴 주사를 맞은 수컷 생쥐는 식욕이 줄어드는 동시에 암컷들과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는 현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구체적인 기전을 파악하기 위해 렙틴에 의해 활성화되는 생쥐의 뇌의 '공복 중추'인 측면 시상하부의 뇌세포들을 검사했다. 그랬더니 쥐가 이성과 상호작용할 때 렙틴을 감지할 수 있는 뇌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반대로 빛을 이용해 렙틴 감지 뇌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켰더니 짝짓기를 위해 암컷 생쥐에게 접근하려는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
이같은 실험 결과는 렙틴 호르몬이 식욕 조절은 물론 생쥐의 사교적 행동을 촉진시키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하루 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생쥐조차도 렙틴 활성화 뇌세포에 빛을 쪼여 자극했더니 먹이 보다는 이성을 찾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5일간 굶긴 생쥐는 이성보다는 식욕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생쥐의 갈증을 유발하는 뉴로텐신 호르몬을 생산하는 뇌세포를 자극하는 실험도 실시했다. 이 결과 생쥐는 식욕ㆍ사회적 행동을 무시한 채 물을 마시는 것을 선택하는 행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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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단순히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인 줄 알았던 렙틴이 알고 보니 사회적 활동에도 많은 연관이 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인간과 생쥐의 행태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렙틴은 인간과 생쥐는 물론 심지어 파리 체내에서도 작용할 정도로 동물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호르몬이다. 일부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이 섭식 장애를 갖고 있거나, 폭식증이 있는 일부 사람들이 사회 공포증(social phobia)에 시달리는 등의 행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나 라이닝거 미시건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더 많이 먹고 마시거나 또는 그렇지 않은 것은 인간의 무수한 질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그 회로를 조정하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인류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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