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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 감옥에서 해방…의미보다 재미를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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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홍승혜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II'
격자무늬 작품으로 명성, 작업방식 바꿔
해방감을 화려함으로…“어린아이 같이 작업”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20년 만에 네모(grid) 감옥에서 탈출한 것 같다. 사실 내가 자초한 감옥이었기에, 그 속의 편안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해방'이 나는 너무도 행복하다."


그림판, 포토샵 등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작업한 이미지로 시공을 확장해 온 홍승혜(54) 작가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앤디 듀프레인은 탈출에 20년이 걸렸지만, 자신은 25년이 걸렸다며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격자무늬 픽셀에 집중했던 작업을 보다 입체적이고 자유로운 형태로 완성한 작가는 해방의 기분을 만끽하듯 작품 앞에서 연신 웃어 보였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승혜 작가의 '복선을 넘어서 II'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승혜 작가의 '복선을 넘어서 II'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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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국제갤러리는 새로운 작품세계로 돌아온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 (Over the LayersⅡ)'를 3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제목은 1939년 작 빅터 플레밍 감독의 '오즈의 마법사' 주제가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에서 차용했다.

작가에게 레이어는 포토샵 활용의 가장 기본 개념이자 상징이다. 무지개를 구성하는 여러 겹의 레이어, 그리고 무지개 저편에서 날고 있는 파랑새를 쫓는 여정의 서막 등 다양한 의미를 주제 속에 담았다.


1997년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유기적 기하학'을 시작으로 컴퓨터 픽셀 구축을 기반으로 한 실재 공간 운영에 관심을 보인 그는 2004년 역시 국제갤러리에서의 전시 '복선伏線을 넘어서 (Over the Layers)'의 후속전 형식으로 이번 전시를 선보인다.


컴퓨터 기반 작업을 1997년부터 시작한 홍 작가는 윈도우에 기본 설치된 그림판에서 시작해 포토샵으로 넘어오면서 세계를 관통하는 시각적 원리와 규칙을 상정한 뒤 픽셀로 구성된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해왔다. 끝없이 자신의 작업을 복기하며 과거 작업을 질료 삼아 새로운 층위를 쌓아가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곧 회상의 연속이다. 그런 작가에게 시간은 가장 풍성한 재료이자 자산이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승혜 작가의 '복선을 넘어서 II'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승혜 작가의 '복선을 넘어서 II'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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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네모 격자를 벗어난 자유로운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픽셀을 떠나 축소와 확대의 저변을 확장하고, 다양한 도형을 선보이는 작가의 구상은 새로운 레이어가 만든 무지개 세계를 유쾌한 분위기로 그려낸다.

새로운 분위기는 전시장 1관에서부터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생애 후반에 색종이를 오려 붙여 벽면을 장식하던 거장 마티스의 '파피에 데쿠페'(papier d?coup?)를 오마주해 벽면 모서리를 오려낸 '레몬 자르기'(Le citron d?coup?)와 '하늘 자르기'(Le ciel d?coup?)를 선보인다. 벽화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곧 배경이 돼 그 위로 또 다른 작품을 전시하는 레이어드 구성은 작가가 공간을 장악하는 '조형적 쾌(快)'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강렬한 컬러의 평면 이미지를 입체화한 전시공간에서는 벽면에 조각된 작품 '모던 타임스'와 하늘과 우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투영된 별 기반 오브제, 그리고 작가의 유년 시절 별명에서 따온 자화상 '홍당무'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국제갤러리 K3관에 전시된 작품 '봄이 오면'을 배경으로 선 홍승혜 작가.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K3관에 전시된 작품 '봄이 오면'을 배경으로 선 홍승혜 작가. [사진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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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에서는 1관에서 선보인 평면과 입체를 통해 작가가 쌓아온 조형적 경험이 만든 하나의 내러티브를 풀어낸다. 형형색색 꽃으로 장식한 무대에 작가의 픽토그램 무용수 3쌍이 무도회를 펼친다. 작품 사이로 보이는 영상과 흐르는 사운드 모두 작가가 직접 제작했다. 전시 공간에 스며드는 빛으로 낮에 보는 작품과 밤에 보는 작품이 다르다는 홍 작가의 설명에 갤러리는 매주 수요일마다 전시를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우면서도 보다 단순화된 그의 화풍을 마주한 관객이 "어린이집에 온 것 같다. 어린아이가 그린 작품을 보는 느낌"이라고 말하자 홍 작가는 "그 말은 칭찬"이라며 "어린아이처럼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바로 내가 원하던 반응"이라고 말했다.


작품 '봄이 오면' 앞에서 아이처럼 웃던 작가의 미소엔 해방이 주는 기쁨과 행복이 온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클래식 음악은 특별한 줄거리가 있어서 듣는 게 아니라 그저 귀가 즐거워서 듣게 되는 것처럼, 추상화도 그냥 보고 즐기면 된다. 관객들이 내 작품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면 좋겠다. 작품에서 의미보단 재미를 찾으시길 바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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