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지주사전환 불발…"재추진 없을 것"(종합2보)

투자·사업부문 분할, 지주사 체제 전환 추진
오너가 경영권 강화·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제동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주력 계열사 현대백화점 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시도가 불발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대주주 지배력 강화와, 알짜 자회사 계열분리에 따른 주주 가치 희석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향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재시도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현대백화점은 10일 서울 강동구 현대백화점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주총 특별결의 정족수에 근소한 차로 미달해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 표결에 참여한 주주 중 찬성은 64.9%, 반대가 35.1%였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 3분의 2(66.7%)가 찬성해야 하는데 약 1.8%포인트가 모자랐다.

현대백화점은 주총 후 입장문을 내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온 지주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했던 분할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이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향후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주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를 신설하고 현대백화점을 분할 존속회사로 두는 인적분할을 골자로 한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한무쇼핑과 현대백화점을, 현대백화점은 지누스와 면세점을 지배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후 시장에서는 인적분할로 대주주 지배력은 강화되나 소액주주 이익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다. 정 회장의 현대백화점 지분은 17.09%다. 인적분할이 승인되면 현대백화점홀딩스 지분 17.09%를 추가로 갖게 되고 주식 교환 비율을 1대 1로 가정하면 향후 현물출자 과정에서 정 회장의 홀딩스 지분은 34.18%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정 회장에게서 출자받은 현대백화점 지분 17.09%에다가 자사주 6.61%를 합해 현대백화점 지분을 23.7%까지 늘릴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 자사주 6.61%는 의결권이 없으나 홀딩스로 출자되면서 백화점에 대한 의결권도 생긴다. 이로 인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임시주총을 앞두고 주주 불만을 달래기 위해 인적분할을 전제로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설득에 실패했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한무쇼핑 계열분리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무쇼핑은 무역센터점, 목동점, 킨텍스점 등 점포 6개를 통해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일각에선 존속법인 현대백화점의 자회사로 남는 지누스와의 시너지 확대 방안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표했다.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이 자회사에서 빠지는 만큼 100% 출자한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지난해 7747억원에 인수한 아마존 1위 매트리스기업 지누스와의 사업 시너지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었다. 리빙·인테리어 부문 계열사와 상품 공동 개발, 백화점 고객 눈높이에 맞춘 프리미엄 라인업 개발 검토 등을 통해 해외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지누스 국내 판매 비중을 높인다는 청사진을 밝혔으나 반대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한무쇼핑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국내 기업 인수시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해 투자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계열분리에 나선 만큼,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에 나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한편 지난해 9월 이사회를 통해 인적분할 방안을 결의한 현대그린푸드는 이날 임시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최종 가결됐다. 이에 따라 현대그린푸드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계속 추진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전경(사진=현대백화점 제공).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