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만든 삼성전자 4분기 실적 쇼크…영업익 2000억원대 급감

매출액 300조 넘어도 웃지 못하는 이유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한예주 기자]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이 69% 줄어든 '쇼크'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30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4분기 급감한 영업이익 때문에 웃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IT 수요부진과 반도체 시장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힘든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31일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302조2300억원, 영업이익은 43조38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21년도 보다 8.0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99%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는 지난해 4분기 가장 심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70조4600억원, 영업이익 4조3100억원이다. 2021년도 4분기보다 각각 7.97%, 68.95% 감소했다.

4분기 실적 급감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업부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이다. DS부문의 4분기 매출액은 20조8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이 예측한 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1조3368억원이었다. 예상보다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든 셈이다. 직전분기인 지난해 3분기만 해도 영업이익은 5조원이 넘었지만 순식간에 이익이 급감했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시스템LSI는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실적 타격을 입었다. 비중이 적은 파운드리만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로 최대 분기 및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한 효과로 전년 대비 이익도 늘었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하는 SDC는 4분기 매출 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82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은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지만 플래그십 제품 중심 판매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대형 디스플레이는 연말 성수기 TV용 QD-OLED 판매가 늘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모바일·네트워크와 가전이 있는 DX 부문은 4분기 매출액 42조7100억원, 영업이익 1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모바일·네트워크 부문이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실적 타격을 크게 받았다. 지난해 3분기 3조2400억원에 달했던 모바일·네트워크 부문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불과 3개월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번 1분기도 삼성전자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낮다.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메모리도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고 있어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지난해 4분기 견고했던 파운드리 역시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적 감소가 심했던 모바일 부문은 갤럭시S23 등 플래그십 판매를 확대하고 프리미엄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도 판매를 지속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더라도 하반기께 IT 및 가전 수요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S 부문은 DDR5, LPDDR5x, GAA 등 첨단 공정과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미래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시장과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DX 부문은 기술 리더십에 기반한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또 고객 맞춤형 초연결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기술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