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이모씨(25)는 지난해 8월 반려견과 함께 살 집을 구하러 공인중개사사무소(중개사)를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공동주택을 발견했지만 특약조건에 '반려동물 사육 금지' 조항이 있어 거주를 망설였다. 그러나 해당 물건을 가지고 있던 중개사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며 "집주인도 자주 오지 않고 몰래 키우면 괜찮다"고 했고, 결국 이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집주인이 공동주택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고, 이씨가 반려견과 함께 거주하는 것을 알게됐다. 결국 이씨는 다른 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계약을 맡았던 중개사에게 이를 따지려 전화했지만 "집주인 분은 밑에 관리실에 한 두번 왔다갔다 하실텐데"라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약이 끝나기 전 중도에 나가게 된 이씨는 복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씨는 "중개사 말을 믿고 계약을 했는데 이렇게 돼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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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 가구(반려가구)가 늘면서 이씨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전·월세 집을 구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을 맺기 위해 중개사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 때 중개사 말만 믿고 '몰래' 반려동물을 집에 들였다가는 임대인과 중개사 모두 얼굴을 붉힐 수 있다.


17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시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임대인 전반에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림동 일대 A공인 대표는 "10명 중 9명은 특약 사항에 반려동물 관련 조항을 명기한다"고 했다. 조항 내용은 주로 '반려동물 사육 금지'나 '반려동물과 거주하다 퇴거 시 원상복구 할 것' 등이라고 했다.

반려동물 거주에 대해서 임대인이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씨 사례처럼 간혹 계약 과정에서 중개사가 무리하게 계약을 성사시키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약사항으로 적혀있는 것에 대해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회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10곳의 공인을 취재한 결과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몰래 키울 시 중도 퇴거 당할 수 있다'고 명확히 고지를 했다. 그러나 2곳에서는 '몰래 키울 수 있는 곳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 중 한 곳은 '짖지 않거나 나이가 든 반려견이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도 했다.


그러나 중개사 말만 듣고 임대인과의 합의 없이 반려동물을 몰래 들였다가는 추후 적발시 세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계약서 특약사항에 '반려동물 사육 금지' 등의 내용과 이를 어길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까지 명기돼있다면 세입자도 이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세입자의 책임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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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세입자는 무리하게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중개사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공인중개사에게는 목적물에 대한 설명 의무가 있다"며 "반려동물 거주 가능 여부가 목적물 그 자체는 아니지만 중요한 조건인데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손해를 본 경우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주 법률사무소 나온 변호사는 "세입자의 손해를 100으로 하면 세입자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100으로 돌릴 순 없다"면서도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고지했다면 70~80정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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