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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검은 코끼리' 화장 대란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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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검은 코끼리' 화장 대란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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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미래가 뻔히 보임에도 이에 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이런 현상을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검은 코끼리’는 미래에 실현 가능성이 높아 충분히 그 파장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상 자체를 애써 무시한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탄소저감 이슈가 대표적이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가 파멸적인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탄소저감에 대한 합의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큰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해 많은 검은 코끼리 현상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개혁이다. 저출생 고령화의 가속화로 연금 고갈이 뻔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의 충돌로 의미 있는 연금개혁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사회는 현재 고령화에 따른 또 하나의 검은 코끼리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이달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3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망자 수가 예년에 비해 훨씬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사망자가 출생자 숫자를 넘어섰다. 2022년 사망자 숫자는 37만2631명으로 전년 대비 5만4208명 늘어났고, 올해 사망자 수는 40만명을 넘어 2030년대에는 50만, 2040년 이후에는 연간 60만~70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부족한 화장(火葬)시설 문제다.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급격히 전환해 왔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화장률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의 화장률은 88.4%에 달하고 있으며, 수도권 지역 화장률은 90%가 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의 화장시설은 60곳(화장로 376기)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서울의 경우 화장시설은 2곳(화장로 34기)에 불과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인구 14만명이 화장로 1기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도 서울 지역에서 갑자기 사망하면 화장장 예약이 어려워 지방의 화장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인해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일시적인 화장대란(火葬大亂)이 오기도 했다. 정부도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해 화장시설 정비 계획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화장장의 새로운 증설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화장장은 대표적인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에 화장장이 들어와서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땅값과 집값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화장장 굴뚝에서 나는 검은 연기와 메케한 냄새 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망자 수 증가와 화장장 부족은 예고된 미래이자, 문제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검은 코끼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화장대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대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입지 갈등으로 화장장의 신규 설치가 어렵다면, 기존 시설의 화장로 증설, 화장 시간 단축 방안 등을 강구할 수 있다. 이외에 ‘빙장(氷葬)’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례 방식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다사망 시대에는 장례시설이 필수시설임을 인식하고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서용석 KAIST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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