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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은행 금리에 '넛지 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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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은행 금리에 '넛지 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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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올해 나올 금융정책 중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건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이동 플랫폼'이다. 15자나 되는 생소한 이름만 들어선 뭘 하는 건지 쉽게 감이 안 올 테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1단계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인터넷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여신전문회사까지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금융사의 대출상품 금리를 총망라해 보여준다. 2단계, 내 신용등급에 따라 어디 금리가 가장 저렴한지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3단계, 이거다 할 만한 대출상품을 찾으면 그 화면에서 바로 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시스템을 준비 중인 금융당국의 기대도 높다. "대출비교 플랫폼은 국내 핀다 같은 곳 말도고 미국, 유럽에 이미 몇 개 있지만 단순히 금리를 비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대환해주는 시스템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시도다." 5월 출시가 목표인 이 시스템이 금융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진 나와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대출금리를 시장 경쟁에 맡겨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온라인 가격 비교처럼 0.01%포인트 차이까지 드러나는 저울 위에 올라간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할 배짱 있는 은행은 존재하기 어렵다.

작년 한 해 동안 금융당국의 직설적인 금리 관치는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깃발 올려! 깃발 내려!' 게임을 방불케 했다. 너무 낮으면 높이라고, 너무 높으면 낮추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연말쯤엔 누구도 예상 못 할 수준으로 엉켜버렸다. 대선 직후 예금금리는 높이고, 대출금리는 낮추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그러나 예금금리를 높이면 은행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대출금리는 더 뛰는 게 시장 원리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게 관치 금리 결과물 중 하나였다.


관치 금리에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약발도 사라졌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도 따라올라야 순리지만, 작년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예금금리는 오히려 떨어졌다. 은행을 향해 예금금리를 낮추라는 당국 주문 때문이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너무 높아 자금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는 게 이유였다. 오는 13일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앞두고도 당국은 대출금리를 올리는 은행이 어딘지 두고 보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기준금리는 오르는데 시장금리는 뒷걸음치는 게 현실이다. 이쯤 되면 정부의 역할이라 항변하기엔 왜곡의 정도가 지나치다. 은행들이 시장이 아니라 당국의 입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적정 수준 이상의 대출금리 인상은 자제해야 하는 게 맞다.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이동 플랫폼'은 당국 명령이 아닌 시장 경쟁에 따라 은행에 금리 인하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이 서비스도 신용대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등기 이전까지 전산 과정에 다 담을 수 없어 주담대와 전세대출은 빠졌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7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반쪽짜리라 아쉬운 대목이다. "금리 올려! 금리 내려!" 대신 내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까지 한눈에 비교하고 옮겨탈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게 우선이다. 시장에선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넛지 관치'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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