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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경영]②기업 매출 좌우하는 날씨정보…전문 컨설턴트도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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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전자, 2012년부터 기상정보를 경영에 활용
CU편의점, POS로 지역별 기상 데이터 확인
케이웨더, 기업 4000여곳에 날씨경영 컨설팅

[기후경영]②기업 매출 좌우하는 날씨정보…전문 컨설턴트도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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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기후변화는 기업 경영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4계절의 변화가 비교적 뚜렷했던 시기엔 기업이 특정 계절을 겨냥해 제품 개발이나 생산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 기후 현상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다음 시즌 기후를 예측하고 행동해야 한다.

선풍기회사가 난로 만들고 보일러 회사가 에어컨 판다
신일전자 천안공장 전경.

신일전자 천안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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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기업이 신일전자다. 올해로 업력 63년째인 신일에 대한 과거 대중의 인식은 ‘선풍기 만드는 회사’였다. 여름철 TV광고의 단골 기업이었다. 하지만 신일은 이미 일반 가정용 전기히터, 캠핑용 팬히터, 대형 열풍히터, 바닥 난방용 카페트 매트 등 다양한 겨울 제품을 만든다. 신일이 창립 60주년을 맞은 2019년 종합가전기업으로 도약을 선포한 것도 이런 이유다.


신일이 변화를 꾀한 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진 후다. 신일은 2012년부터 기상청의 기상정보를 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일별 최고·최저·평균기온, 상대습도 등 날씨 정보와 주간 제품 판매량 등의 빅데이터를 구축해 전사가 공유한다. 매출의 70%가 계절 가전에서 나오는 만큼 제품 기획부터 영업, 물류, 생산 등 기업 운영 프로세스 전반에 날씨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신일은 이를 통해 연간 약 30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보일러업체로 잘 알려진 귀뚜라미도 마찬가지다. 1962년 설립돼 반세기 넘게 보일러 사업을 영위해오던 귀뚜라미는 2020년 창문형 에어컨을 처음 출시했다.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를 판매하면서 냉방기 시장에 안착했다. 이 밖에 공기정화와 환기 기능을 탑재한 ‘환기플러스 공기청정시스템’과 ‘일산화탄소 경보기’ 등도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트렌드가 확산되자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보일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돈 되는 날씨정보, 기후마케팅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고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고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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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해 이른바 ‘대박’을 낸 사례도 많다. 편의점업계가 대표적이다. 편의점업계는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을 도입한 이후 기후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매출 극대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CU는 지역별 기상 데이터를 전국 점포에 전송하고 POS를 통해 오늘과 내일의 기상 현황과 예보를 평균 2시간 단위로 제공한다. 가맹점주는 최근 한 주간 날씨와 개별 제품들의 판매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참조해 다음 주 예보된 날씨에 맞춰 상품 종류와 발주량을 조절할 수 있다. 가령 구름이 많이 끼는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가장 많이 팔리고 양주 판매가 적었다면 이에 맞춰 상품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식이다. CU는 과거 이 시스템으로 재고 비용과 폐기 물량을 줄여 식품의 전체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의류업계도 기후에 민감하다. 의류업계 매출은 통상 경기 30%, 기후엔 70%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날씨가 영업상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 ZARA, H&M, 에잇세컨즈 등과 같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는 패스트패션(SPA) 브랜드가 급성장한 것도 날씨가 영향을 끼쳤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는 이들 브랜드는 4계절에 맞춘 일반적인 상품 기획에서 벗어나 월 단위나 빠르면 1∼2주 단위로 상품을 기획·생산한다. 매년 예측하기 힘든 변화를 보이는 한국 날씨에 발 빠르게 대응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날씨로 돈 벌게해주는 ‘기상 컨설턴트’
케이웨더가 A제과업체에 날씨판매지수를 제공한 사례.(사진출처=케이웨더)

케이웨더가 A제과업체에 날씨판매지수를 제공한 사례.(사진출처=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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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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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커지자 이를 전문적으로 컨설팅해주는 직업도 생겼다. 바로 ‘기상 컨설턴트’다. 기상 컨설턴트는 기상 관측 결과로 미래의 기상 상태를 예측하는 ‘기상예보’부터 날씨가 특정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상감정’, 기상정보를 분석·평가해 기업 경영 활동을 조언하는 ‘기상컨설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기상산업연합회장)는 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이다. 그는 1997년 국내 최초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를 설립해 기상정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국내 날씨경영 확산에 기여했다. 2006년 펴낸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한 ‘날씨경영’이라는 단어를 처음 고안한 인물이다.


김 대표는 "기후변화로 날씨는 이제 기업 경영의 3대 위험요소 중 하나가 됐다"면서 "기상 컨설턴트가 증가할 뿐 아니라 이제는 아예 기업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기상 컨설턴트를 고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케이웨더는 현재 기업 4000여곳에 날씨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도 2012년부터 케이웨더로부터 날씨판매지수를 제공받고 있다. 이를 통해 무더운 날씨엔 크림빵이, 비오는 날엔 기름기 많은 피자빵이 잘 팔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제과제빵업계에서 "비가 오면 피자빵을 더 구워라"는 얘기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동안 점주의 막연한 ‘감(感)’으로 빵을 팔았던 시대의 종식이었다. 김 대표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김밥에 들어가는 식자재의 차이에 따른 매출도 심지어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며 "날씨경영이나 이와 관련된 산업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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