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걸려온 발신자제한…"어려운 이웃에게" 또 기부였다
"밖 차량 바퀴 아래 보세요" 가보니 현금·편지
"등록금 없는 학생·소년소녀 가장 도움 됐으면"
23년째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전북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와 성금을 전했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천사는 "성산교회 인근 유치원 차량 오른쪽 바퀴 아래 (성금을) 놓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한 뒤 끊었다.
직원들이 교회 앞 차량에서 5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 편지가 들어 있는 종이 상자를 찾았다.
편지에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며, "힘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뜻을 전했다.
얼굴과 이름, 직업, 나이도 알려지지 않은 '얼굴 없는 천사'의 첫 선행은 2000년 4월에 시작됐다. 당시 중노송2동사무소를 찾은 천사는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두고 조용히 사라졌다.
2002년에는 5월 5일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저금통이 건네졌다. 액수도 점점 커져 2009년에는 무려 8000여만원의 성금을 두고 사라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7009만4960원을 전했다.
이렇게 지난해까지 22년간 23차례에 걸쳐 두고 간 성금만 총 8억872만8119원이다.
전주시는 지난해까지 천사가 보내온 기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6158가구에 현금과 쌀, 연탄, 난방주유권 등을 선물했다. 노송동 저소득가정 초·중·고교 자녀 20명에게 매년 장학금도 수여하고 있다.
전주시는 또한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 도로'로 조성하고 표지석과 천사기념관도 세웠다.
주민들도 천사의 뜻을 기리고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 4일은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과 봉사 행사를 펼치고 있다.
한편 2019년 말에는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이 사라진 적도 있다.
충남 논산과 공주 지역 선·후배인 A씨(38)와 B씨(37)은 2019년 12월 30일 오전 10시 7분경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천사공원 내 나무 밑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016만3510원을 상자째 차량에 싣고 도주한 혐의(특수절도)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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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후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상자를 지키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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