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재정 투명성' 높인다…회계감사 결과 공표도 추진(종합)
고용장관, 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 방안 발표
회계감사원 자격·선출 구체화…깜깜이 방지
회계감사 결과 외부 공표 검토…법 개정 추진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내년 1월 말까지 노조 253곳을 대상으로 회계 서류 비치와 보존 의무를 명령하고, 부실할 경우 행정처분에 나선다. 또 ‘깜깜이 회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거대 노조의 회계 감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노조 회계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노조 부패를 한국 사회의 3대 부패 중 하나로 규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을 강조한 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응책이 추진되는 모습이다.
이 장관은 "1987년 이후 양적으로 성장한 우리 노조는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노조의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개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고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는 노조가 그간 기업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통제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정부는 노조가 현행법에 따라 스스로 재정의 투명성을 점검할 수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조합원 수가 많고 재정 규모가 큰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노조와 연합단체 253곳을 대상으로 회계 관련 서류 비치와 보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내년 1월 말까지 자율점검을 안내하고, 미비할 경우 시정 요구와 과태료 부과에 나설 계획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을 살펴보면 노조는 조합 설립일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사무실에 비치하고 3년간 보존해야 한다. 또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노조가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노조가 서류를 비치·보존하지 않거나 결산 결과 등을 허위 보고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또 노조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회계감사원을 통한 회계감사가 의무화돼 있지만 자격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한 공표 내용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사각지대가 있다. 이에 정부는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의 방법과 시기를 명시해 조합원의 알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 노조의 회계감사 결과 공표를 검토하고, 조합원의 열람권을 보장·확대하는 등의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문제로 꼽혔던 우리나라 노조의 ‘깜깜이 회계’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투명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매년 조합원들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조합비를 걷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구체적인 사용처가 대중에 공개되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회계 처리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보니 진병준 전국건설산업산업노조 위원장의 10억원대 횡령 사건 등 비위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공동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 외에도 고용부는 불합리한 노사 관행 시정에도 나선다. 내년 2월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 센터'를 운영하고 특정 노조 가입·탈퇴 강요, 재정운영 결과 공개 거부 등 노동법 위반 의심 사례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임금체불, 불공정 채용, 직장 내 괴롭힘, 포괄임금 오·남용,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시장 5대 불법·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한 근로감독도 강화한다.
이 장관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 방해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지회에 대해선 노동위원회 행정조치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포스코 복수노조 중 하나인 포스코지회는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했으나 금속노조의 집행부 제명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 장관은 "조합원 총의로 조직 형태를 변화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자주적인 단결권을 보호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그 부분에 대해 노동위원회 의결을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와 노동개혁에 대한 반발이 큰 만큼 앞으로 갈등 심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의 ‘노조 부패 척결’ 발언 이후 "조합원들의 피와 땀의 대가인 조합비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반박했고, 한국노총 역시 "노조의 자주권 침해이자 길들이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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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최근 건설노조의 조합비 횡령, 노조 간부의 채용 개입 등 일부 노조의 일탈로 인해 전체 노조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노조도 국민과 함께 현장 속에서 시대의 변화에 맞춘 자기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걷어내고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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