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애플 아이폰·맥용 최신 칩은 대만 생산 가능성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반도체를 아이폰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이것으로 미국산 최신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희망이 실현되는 걸까.
이와 관련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과 맥 시리즈 컴퓨터에 사용하는 최신 핵심 칩은 여전히 대만 TSMC에 맡길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아마도 당분간 최신 아이폰과 맥에 쓰이는 A시리즈, M시리즈 칩은 여전히 태평양 건너 중국의 코앞인 대만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과 맥에 쓰이는 최신 칩은 가장 최신의 공법으로 제조하기 마련이다. 최신 미세 공정으로 제조해야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핵심 경쟁력이다. 애플 A시리즈의 가장 최신인 A16 바이오닉의 경우 TSMC의 4나노 공정에서 만들고 있다. 이 칩은 아이폰14 프로에 들어간다. 내년에 등장할 아이폰15에는 3나노 공정으로 만든 A17 바이오닉이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반도체를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제조해 아이폰에 탑재한다면 진정한 미국산 반도체의 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TSMC의 발표대로라면 애플이 미국에서 생산한 최신 A시리즈 칩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애리조나 공장의 미세화 공정이 대만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2024년 4나노 공정을, 2026년 3나노 라인을 도입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는 대만 공장의 2022년 4나노, 2023년 3나노 계획과 차이를 보인다. 자연스럽게 TSMC의 미국 공장은 대만과 2~3년의 격차가 벌어진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이 생산을 시작하는 2024년에 애플의 최신 A칩은 2나노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2나노 공정 칩이 필요한 시점에 4나노 칩 공정은 큰 의미가 없다. 사실상 2군 공정인 셈이다.
이런 정황상 TSMC는 미국에서 최신 A와 M시리즈 칩은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신 아이폰과 맥 컴퓨터의 칩은 대만에서, 구형 칩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구도다. 지금은 최신 아이폰14와 아이폰12에 사용하는 칩을 모두 대만에서 생산 중이지만 앞으로는 최신 아이폰용 칩은 대만에서, 기존 아이폰 칩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식이다. 아울러 애플이 고급형인 프로라인과 일반 제품의 칩 생산지를 다르게 해 적용할 수도 있다. 애플 전문매체 9투5맥은 이런 방식대로라면 2024년에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하는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는 구형 아이폰용 칩과 애플 실리콘의 두 번째 제품인 M2도 애리조나 공장의 첫 생산품이 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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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최신 공정의 미국 도입은 반도체 산업은 물론 지정학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TSMC는 ‘실리콘 실드’라고 불린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방어 의지가 확실해진 것은 TSMC의 존재가 크다.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TSMC가 뿌리내리고 있는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방어해야 하는 게 미국 조야의 입장이다. 미국은 최신 공정을 가져오도록 압박하겠지만 대만 정부 입장에서는 TSMC가 최신 라인을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TSMC의 최신 라인이 미국으로 옮겨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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