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0.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올해 미국 최종 기준금리는 4.5%가 되었다. 내년에도 Fed의 긴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세계 경제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커진 와중에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은행의 수신 및 여신 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여하튼 올해 시중은행은 역대 최고 호황을 누렸다. 수십조원의 수익이 결국 시민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빌려주고 거둬들인 이자 수입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고금리와 생활물가에 신음하는 서민의 모습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빠른 금리 인상으로 전세가는 폭락했다. 통상 전세가격은 금리와 반비례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전세가가 오르고 금리가 올라가면 전세가는 내려간다. 금리가 낮아 넘치는 유동성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전세금으로 다른 집을 사는 갭투자가 유행했던 기억이 아득하다. 기준금리 1% 시대에서는 다들 전세제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아우성이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세금을 전가하기 위해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은 뚜렷했다. 집값 인상 시기에 서민은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대출 금리가 낮으니 세입자는 전세를 선호했는데, 결국 전세금을 올려줄 수 없는 세입자들만 월세시장에 울며 겨자 먹기로 편입되었다.
이제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며 반대 현상이 발생했다. 세입자는 급등한 전세대출 이자 부담에 월세를 선호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세의 월세가 전환율은 높아졌다. 전세대출 금리가 높아지자 보증금 1억 = 월세 40만원의 공식이 확산됐다. 종전에는 보증금 1억 = 월세 30만원이 관례였다. 다행히 전세가가 폭락하자 월세 가격도 최근 상승을 멈춘 듯하다.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경우에는 월세를 인상해서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이 많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였나?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다섯 달째 앞서는 현상이 벌어졌다. KB부동산의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4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우리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공할 만하다. 연이율이 주어져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예금이 두 배가 되려면 몇 년이 걸릴까? 72 복리의 법칙을 생각해보자. 10년 동안 자신의 목돈을 은행에 맡길 때 두 배가 되려면 금리가 대략 7% 수준이어야 한다. 목돈을 대출금으로 치환하면 복리의 기쁨은 차입자의 원리금 상환 고통으로 대체된다. 조금 과장해서 빚이 빛의 속도로 늘어난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치솟아 가장 피해를 입는 이들이 2030 청년층이라 한다. 그래서 주택도시기금이 만 19~34세 청년에게 1~2%대 금융 상품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기준을 확대하고 대출 가능 액수도 늘렸다. 하지만 소득 기준 연봉 5000만원 조건은 여전히 너무 낮은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6억에서 9억원으로 안심전환대출 지원 대상이 확대되었다. 논란이 있지만 까다로운 소득요건과 비합리적인 주택가격 조건이 개선돼서 다행이다.
문제는 보금자리론 같은 기존 정책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집 없는 사람의 비율이 50%인 상황에서 시중 은행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조달 금리에 붙는 가산금리 수준을 한시적이나마 1% 수준으로 낮추면 서민 고통이 줄고 사회에 온기가 돌지 않을까.
추운 겨울이 오는 것도 서러운데 고금리에 허덕이면 아픔이 배가된다. 취약 임차인에 대한 특별 배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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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업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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