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을 깜짝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찾아 "우크라이나는 전선을 지키고 있고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지원금은 자선이 아니다.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대 러시아 제재도 촉구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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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색 스웨터, 카고 바지 등 ‘전시 복장’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오후 연설을 위해 국회의사당에 모습을 드러내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로 환영했다. 일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가장 먼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준 미국인들과 "자유와 정의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역경, 파멸, 암울함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살아있고, 활기를 띠고 있다(Ukraine is alive and kicking)"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인의 마음을 얻는 싸움에서 러시아를 물리쳤다. 우리는 두려움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러시아의 전술은 원시적이다. 그들은 보이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0일 이상 우크라이나군이 조국을 지키고 있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포병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충분한가. 솔직히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의 돈은 자선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가장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다루는 세계 안보,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 공화당을 중심으로 "백지수표를 써줄 수 없다(케빈 매카시)"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발이 제기되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는 "이란의 치명적 드론이 우리의 주요 인프라를 위협했다. 우리가 이들을 막지 않으면 이들이 다른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미국의 지원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게도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연설 중간중간 '초당적'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와 함께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의회 의원들에게 "테러리스트들이 침공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달라"고 대러 제재를 강화해줄 것도 촉구했다. 그는 "세계 질서 회복은 우리 공동의 과제"라며 "부당한 침공을 시작한 모든 사람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의회 연설에 앞서 진행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공동 안보를 위한 10개 항목 등 평화회담안을 논의했다고도 확인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지지했다는 사실을 공유하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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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미국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잔혹한 전쟁 중에도 올해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마스에 촛불이 켜질지도 모른다. 낭만적이어서가 아니라 전기가 끊겼기 때문"이라며 "수백만명이 난방도, 물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뗐다. 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는다. 누구의 삶이 더 쉬운지 판단하지 않는다"며 "우리 우크라이나인들은 독립, 자유를 위한 전쟁을 존엄과 성공으로 헤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가 없어도 믿음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이란 드론으로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 국민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방공호로 가야 한다면, 우리 우크라이나인들은 식탁에 앉아 서로를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백만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모두 같은 것을 바란다는 걸 안다"면서 "승리, 오직 승리뿐"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 도중 미국의 독립전쟁 전환점인 사라토가 전투를 언급하는가 하면,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연설도 인용했다. 그는 "의로운 미국 국민은 완전한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고 말한 뒤 "우크라이나 국민도 승리할 것이다. 완전하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감사의 표시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서명한 국기를 미 의회에 전달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치자 곳곳에서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국기에 적힌 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날 방문한 바흐무트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작성한 것으로 이후 확인됐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연설 도중 "그 땅이 피로 구석까지 흠뻑 젖었지만, 바흐무트는 서 있다"고 바흐무트를 언급했었다. 펠로시 하원 의장은 답례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성조기를 전달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00일 만에 이뤄졌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장을 비우고 외국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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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우크라이나에 대한 18억5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도 발표했다. 특히 장거리에서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 미사일도 처음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패키지의 가장 강력한 요소는 우리의 대공 방어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이라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안전한 영공을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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