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엘알에이치알
플랫폼 '패피스'서 업체 고르면 제품 수거서 결제까지 한번에
올해 정주영창업경진대회서 대상

김근영 CPO(오른쪽 두 번째)와 LRHR 직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근영 CPO(오른쪽 두 번째)와 LRHR 직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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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내 명품’을 들고 명동 거리를 헤매본 사람은 안다. 명품 수선은 구매만큼이나 많은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수선 업체별로 가능 여부와 가격, 걸리는 시간이 제각각이고 이조차 발품을 팔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싼 곳에 맡기자니 자칫 고치지 않으니만 못할까 우려되지만 턱없이 비싼 가격을 부르는 곳에서 하자니 배보다 배꼽이 큰 느낌이다. 수선 결과에 대한 평가라도 찾아보고 싶지만 정보는 제한적이다.


엘알에이치알(LRHR)은 이렇게 불투명한 명품 수선 시장을 바꾸기 위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플랫폼 ‘패피스’에 명품 수선을 위한 모든 과정을 담았다. 사진을 올려 업체들의 견적을 받고 리뷰를 참고해 원하는 업체를 고르면 제품 수거와 결제가 한 번에 이뤄진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이 플랫폼은 올해 정주영창업경진대회서 대상을 받으며 사업성을 다시 인정받았다. LRHR은 이제 명품 수선을 넘어 중고 명품 시장으로 사업을 넓혀갈 계획이다. 공동창업자인 김근영 최고제품책임자(CPO)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 CPO는 "패피스는 명품 수선 장인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며 "수선 데이터를 축적해 중고거래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CPO와 김정민 대표는 민족사관고등학교 동창으로 LRHR을 공동 창업했다. 창업하겠다는 목표가 먼저였고 모르는 분야보다는 좋아하는 옷과 명품을 다뤄보기로 했다. 첫 사업 아이템은 명품을 나눠 입는 ‘옷장 공유’였는데, 서로 빌려 입다 옷에 문제가 생기면 수선이 필요할 것 같아 명품 수선 시장을 들여다보게 됐다. 여기서 두 친구는 불투명한 이 시장을 플랫폼화한다면 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3월 사업 모델을 바꾸고 같은 해 11월 명품 수선 플랫폼 ‘패피스’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패피스는 명품을 수선하려는 소비자와 수선 업체를 연결한다. 입점한 수선 업체들은 사진을 보고 견적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반감을 보인 수선사도 많았다. 하지만 꾸준히 찾아가 설득했다. 입점하는 업체가 생기자 좁은 수선 업계에서는 금세 소문이 났다. 입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입점을 위해 순번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김 CPO는 "입점을 무작정 시키지 않고 고객 수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패피스에 입점한 수선 업체는 약 40곳, 재하청을 하지 않는 업체를 입점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았다. 수선 내역을 요청해 ‘진짜’ 수선 작업을 하는 곳인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고객 클레임이 있으면 1회 무상으로 재작업한다는 조건도 명시했다. 김 CPO가 꼽는 패피스의 경쟁력은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다. 그는 "수선 업체와 수선 이력, 수선 결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리뷰 등을 공개하고 있다"며 "또 고객과 수선사가 간편하게 채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플랫폼에서 견적을 받고 가격 비교가 가능해 저가 경쟁으로 수선의 품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운영해보니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업체만 찾는 게 아니었다. 김 CPO는 "명품은 각자에게 중요하다 보니 주로 중간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에, 수선 업체가 남긴 의견이 길고 친절한 경우 결제가 이뤄졌다"고 했다.


출시 후 최근까지 4만 건의 명품 수선이 패피스를 통해 이뤄졌다. 월간사용자(MAU)는 3만 명이다. 가장 수선 요청이 많은 브랜드는 루이비통, 구찌, 샤넬. 가방이 제일 많고 다음이 신발이다. 국내 중고 명품 시장은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중고 수선 시장의 규모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LRHR은 현재 패피스를 통해 이뤄지는 명품 수선이 여전히 전체의 10% 미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성장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올해 ‘제11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도 이 같은 LRHR의 성장성을 주목했다. 3월부터 시작된 8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데모데이에서 LRHR은 7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업실행 단계에 진출한 12개 팀 중 기업 트랙 1위로 뽑혀 대상을 차지했다. "사업실행 기간 고객 반응을 면밀하게 살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투자도 유치하는 등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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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HR은 수선에서 쌓은 데이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고 명품거래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김 CPO는 "명품을 수선해 가치를 더 높여 판매하고 싶은 수요가 많다"며 "중고 명품 수선 가격과 수선 후 얼마에 팔 수 있는지, 이를 통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까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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