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긴 돈 찾아내자"…고액·상습 체납자 '숨바꼭질'
올해 새로 공개된 체납자 명단… 총 체납액 4조4196억원
체납자 찾아 현장 강제 징수도
가택 수색해 귀금속 명품가방 등 압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나와서 있으면 다 가져가라고! 진짜 돈 없다니까!" 분통을 터뜨리는 50대 고액·상습체납자 김모씨의 항변이다. 그러나 현장 체납징수를 담당하고 있는 세무 공무원들은 아수라장이 된 거실을 지나 담담한 표정으로, 화장실부터 수색한다. 이어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수억 원 상당의 금괴를 발견한다. 김 씨는 "금괴가 왜 거기서 나오냐"라며 오히려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액 체납자들을 상대로, 세금을 징수하는 장면이다. 조세정의 중요성과 공공의 체납징수 활동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있기에 이런 드라마들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그만큼 탈세는 '공공의 적'이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2억원 이상 국세를 1년 넘게 체납한 고액·상습체납자는 6940명이다. 지난 15일 국세청은 이들의 명단과 인적 사항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올해 새로 명단이 공개된 체납자 6940명 중 개인은 4423명, 법인은 2517개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4조4196억원에 달한다. 체납액이 가장 많은 개인으로는 경기 안산에 거주하며 불법 도박업체(기타 갬블링·베팅업)를 운영하는 임모씨(50)로 1739억원을 내지 않았다. 두 번째는 윤모씨(46)로 체납액이 708억원이었다. 윤씨도 갬블링·베팅업을 하고 있다.
래퍼 '도끼'도 종합소득세 3억원을 체납해 이번 공개 명단에 포함됐다. 도끼는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해외 보석 업체에 미납대금 약 3만5000달러(약 4500만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강제조정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배우 겸 가수 장근석의 어머니 전모씨(63) 등 유죄 판결이 확정된 조세포탈범 47명,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31개 명단도 함께 게재했다.
국세청, 체납자 명단 무슨 기준으로 공개하나
국세청은 연초에 국세정보위원회 심의를 통해 안내문 발송대상자를 확정한다. 이어 관서별로 6개월 이상 납부를 독려하고, 연말에 국세정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명단공개자를 확정한다. 이들 명단은 관보에 게재하거나 국세청 홈페이지 또는 관할세무서 게시판에 게시한다.
조세포탈범은 2012년 7월1일 이후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 연간 포탈세액이 기준금액 이상이면 명단이 공개된다. 기준금액은 2012년 7월1일~2016년 6월30일까지는 연간 포탈세액 5억원, 2016년 7월1일~2016년 12월31일 3억원, 2017년 1월1일 이후 2억원이다.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포탈세액, 세목?금액, 판결 요지 및 형량 등을 관보나 국세청 홈페이지, 관할세무서 게시판에 게시한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는 ▲직전연도 12월31일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에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의무 불이행으로 추징당한 세액이 1천만원 이상인 경우다. ▲또 직전연도 12월31일 기준으로 최근 3년간의 기부자별 발급명세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경우 명단공개 대상이 된다.
▲직전연도 12월31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에 기부금액 또는 기부자의 인적사항이 사실과 다르게 발급된 기부금영수증을 5회 이상 발급했거나 발급금액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 ▲직전연도 12월31일 기준 사회복지법인·학교 등 공익법인이 법인세법 시행령(제39조제5항과 6항)에 따른 의무?의무이행 여부 보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2회 이상 확인되는 경우도 명단이 공개된다.
낼 돈이 없다고? 현장에서 체납액 징수도
체납 징수 관련 가택수색을 벌여 체납액을 징수하기도 한다. 16일 청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월부터 지방세 고액체납자 10명에 대한 3차례 가택수색을 벌여 2600만 원을 징수하고 귀금속과 명품가방 등을 압류했다. 앞서 시는 지난 7일 고액체납자 4명에 대한 가택수색에서 동산 20점, 명품 가방, 귀금속 등을 압류하고 체납액 1000만 원 등을 징수했다. 또 지난 10월과 11월에는 고액체납자 6명의 가택을 수색해 동산 20점, 귀금속 33점을 압류하고 1600만 원을 징수했다.
그런가 하면, 5000만 원이 넘는 지방세를 내지 않은 고액 체납자에 대해 세무 당국이 가택 수색을 벌여 400만 원의 현금다발을 찾은 사례도 있다. 제주도 세무 공무원들은 지난달에만 세 차례에 걸쳐 고액, 상습 체납자 12명의 가택을 수색했다.
이들 12명의 체납액은 7억 원 상당으로 이 가운데 1명은 체납액이 1억 원에 달했다. 도는 3차례에 걸친 가택수색에서 현금 4800만 원과 황금 열쇠, 고급시계, 반지 등 귀중품 14점을 압류 조치했다. 이와 함께 도는 올해 들어 불법 명의 자동차인 일명 대포차 66대를 추적, 강제매각을 통해 2억 2900만 원을 징수했다.
"고액체납자 신고해달라" 포상금 최대 1억원
서울시는 2014년부터 '고액체납자 은닉재산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77건의 신고를 접수, 이 중 11건의 신고에 대해 13억 원의 체납액을 징수하고 포상금 8000만원을 지급했다. 주요 신고 내용은 차명 사업장 운영 현황, 과세관청이 확보하기 어려운 채권 정보, 거짓 근저당권 설정, 호화주택 거소지 정보 제공 등이었다.
체납자가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증빙자료를 해당 센터로 신고해 체납액 징수에 기여할 경우 최대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포상금은 최소 1000만 원 이상의 체납액을 징수했을 경우 지급되며, 징수액의 5~15%를 지급하고 한도는 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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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재 서울시 재무국장은 "악의적으로 세금납부를 회피하는 고액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강력한 체납처분을 진행하고 있지만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신고가 무엇보다 필요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면서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악의적으로 세금납부를 회피하는 비양심 체납자들의 세금을 반드시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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