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용산서 '기동대 요청' 진위 논란… 경비와 교통 사이
"이태원 참사 발생 전 핼러윈 대비 안전대책 차원에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
"이태원 참사 전 용산경찰서로부터 '경비'기동대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서울청과 용산서 사이 '기동대 요청' 진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참사 당시 미리 기동대가 현장에 배치돼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많은데, 서울청과 용산서는 이 기동대 요청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논란의 발단 격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서 이 전 서장이 한 발언이다. 그는 당시 "참사 전 서울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인력 부족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서장 국회 발언이 사실이라면 상급 기관인 서울청의 직무상 책임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서울청은 이 전 서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청장도 21일 서면으로 "다시 확인했지만, 핼러윈과 관련해 용산서로부터 '경비'기동대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 청장은 그러면서 "현재 감찰과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진위 논란은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들여다보고 있다. 일단 특수본은 그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참고인 조사에서는 용산서가 '경비'기동대를 요청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특수본은 다만 용산서가 '경비'기동대가 아닌 '교통'기동대를 요청한 사실은 확인된다고 했다. 사실상 '경비'기동대를 요청받은 적 없다는 김 청장의 말도, 기동대를 요청했다는 이 전 서장의 발언도 틀리지 않는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용산서는 왜 경비기동대가 아닌 교통기동대를 요청한 것일까. 경비기동대와 교통기동대는 모두 기동대 내 경력이지만, 부여된 임무가 다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경비기동대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진압, 교통기동대는 차량 통제 등이 주된 임무다. 이태원 핼러윈 기간 안전대책 차원에서 투입되는 기동대라면 당연히 교통기동대가 아닌 경비기동대라는 게 경찰 내 중론이다. 서울청 관할 90여 기동대 중 오로지 교통 임무만 수행하는 기동대가 단 1곳뿐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이 참사 당일 해당 교통기동대는 도심 내 대규모 집회에 동원된 상태였다.
해당 진위 논란을 놓고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라고 하면 보통 경비기동대로 통용된다"며 "서울청이 '경비'기동대라고 꼭 집어 말하는 것을 보니 책임을 조금이라도 면해보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한 일선 경찰서 경비과 소속 직원은 "용산서 직원이 왜 경비기동대가 아닌 교통기동대를 요청했는지 모르겠다"며 "기동대 요청을 하게 된 전후 사정만 봐도 경비기동대를 부르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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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직원이 이 전 서장의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 경비기동대가 아니라 교통기동대를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이 전 서장이 경비기동대를 딱 집어서 지시한 것인지 등을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특수본은 전날 이 전 서장을 상대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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