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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상2도]비언어를 포착해 가면을 벗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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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기만하고 속이려는 사람들
표정·몸동작 등 완벽히 통제 못해

[이종길의 영상2도]비언어를 포착해 가면을 벗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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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연기에 능숙하다. 일찍부터 부모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알맞은 표정을 짓는다. 성장기에는 실제 기분을 부모나 형제 앞에서 곧잘 감춘다. 성인이 되면 역할에 맞는 가면을 쓴다. 사람들은 연기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당사자도 진실하다고 착각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대로다. "세상이 모두 무대요, 사람은 모두 배우일 뿐이다. 사는 동안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게 된다."


영화 ‘자백’은 역할극에 주목한 범죄물이다.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 유민호(소지섭)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다. 재판에서 한 번도 진 적 없는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사건을 처음부터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허술한 알리바이를 하나하나 지적하며 자초지종을 실토하도록 유도한다.

탁자를 두고 오가는 말과 제스처, 자세는 하나같이 연기다. 유민호는 피해자, 양신애는 변호사인 척한다. 진술과 지적에 따라 목소리 톤, 태도 등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렇다고 팽팽한 심리 대결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양신애는 유민호의 흔적을 어느 정도 추적한 상태에서 대화에 임한다. 변호사다운 말투와 표정으로 믿음만 주면 원하는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다. 그 사이 역할극이 가진 긴장과 재미는 반감되고, 이야기도 반전에 함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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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신애에게 사전 정보가 없다면 사건은 미궁에 빠질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쓰는 가면에는 갈라진 틈이 있다. 진짜 감정과 무의식적 욕망이 조금씩 새어 나온다. 표정, 목소리 변화, 몸동작 같은 비언어적 신호까지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감이나 적대감이 있는 사람은 보디랭귀지를 통해 분명한 징후를 내보낸다.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거나 노려본다거나 입술을 오므렸다가 얼른 편다.


갑작스러운 침묵도 많은 것을 말해준다. 시기심이나 반감을 일으킬 만한 말을 들은 이들은 잠시 생각에 잠기곤 한다. 미소로 감추기도 하지만 속에서 열불이 나기는 매한가지다. 단순히 수줍거나 할 말이 없는 것과는 다른 짜증의 신호를 내게 된다.

루이 14세는 이를 이용해 귀족들을 시험하곤 했다. 귀족들은 왕에 대한 감정을 곧잘 숨기는 능수능란한 배우들이었다. 루이 14세는 그들이 있는 자리에 예고 없이 나타나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불편한 신호가 많이 감지되면 그만큼 숨겨진 적대감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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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대부분은 루이 14세가 아니다. 천성적으로 잘 속아 넘어간다. 믿고 싶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남을 기만하거나 조종하는 사람들은 이런 성향을 이용해 승승장구한다. 여기에 잘 속지 않는다면 인간의 미래는 지금보다 밝을 것이다. 그러나 본성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만을 기도하는 신호들을 알아채는 법을 배우고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더 많은 증거를 확인하는 것이다. 권력술의 대가로 불리는 로버트 그린은 저서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은폐를 시도하든 온화한 설득에 나서든 남을 기만하는 사람은 기를 쓰고 당신이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려고 한다. 활기찬 표정이나 제스처가 순전히 상대방의 활력과 진짜 친절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뭔가를 숨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그때는 의심을 확인해줄 비언어적 신호를 찾아봐야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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