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품는 반도체 업계…"기업 노력에 정부 지원 더해야"
반도체 리더들 모여 '지속가능성' 논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RE100 가입
국내 재생 에너지 인프라 미흡
"전력 사용 많은 기업에 우선 공급 필요"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요성이 전 산업계를 관통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지속가능성 과제가 떠올랐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단위의 2050년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 달성 목표가 나온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RE100(재생 에너지 100% 사용) 추진을 공식화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해외와 비교해 부족한 데다 관련 제도상의 허점으로 RE100 추진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 사용이 많은 RE100 가입 기업에 재생 에너지를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올해 반도체 공급망 화두는 '지속가능성'…SK하이닉스 이어 삼성전자도 RE100 가입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이달 2일까지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 ITPC(International Trade Partners Conference)를 개최했다. ITPC는 반도체 관련 업계 관계자가 모여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 과제 등을 논의하는 연례 행사다. 올해는 '지속 가능한 산업 성장 촉진'을 주제로 삼성전자, 미국 퀄컴과 마이크론, 독일 인피니언, 일본 키옥시아 등이 참석했다. SEMI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이 (업계) 큰 화두인 만큼 최근 관련 활동을 여럿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EMI는 지난 2일 '반도체 기후 컨소시엄' 설립 소식도 알렸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결성한 협의체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대만 TSMC, 미국 AMD, 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동진쎄미켐 등 국내 기업도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기후 컨소시엄은 앞으로 매년 감축 상황을 공유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내달 8~10일에는 이집트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7)에 참가해 컨소시엄 출범과 해당 목표를 대외로 알릴 계획이다.
무수미 바트 SEMI 글로벌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부사장은 "창립 멤버 모두 반도체 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력과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산업 전반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업계 떠오른 지속가능성 과제에 무게를 뒀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산업 흐름에 발맞춰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신환경경영전략' 선언을 통해 RE100 가입을 알렸다.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과 사용한 물의 양만큼 수자원을 환원하는 프로젝트 추진도 제시했다. 지난 3일 개최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서는 환경·에너지 전문가인 허은녕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2020년 RE100 가입을 알린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ESG 전략 프레임워크인 프리즘(RRISM)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분기에 처음으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보고서를 발간했다. PRISM에는 배출량 및 취수량 집약도를 2026년까지 각각 57%, 3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포함했다.
"전력 사용 많은 RE100 가입 기업에 우선 공급 필요"
다만 RE100을 포함한 여러 목표를 실행하는 데 있어 과제는 상당하다는 게 반도체 업계 설명이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 사용이 많았던 1, 2위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일 만큼 산업 특성상 전력 사용이 많은 데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해외와 비교해 부족한 점도 난제로 꼽힌다.
실제 삼성전자는 재생 에너지 사용이 용이한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 사업장에선 이미 재생 에너지 100%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까지 해외 사업장에선 RE100 달성을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 RE100 달성을 두고 "기업 노력만으론 풀 수 없는 문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국내 총 발전량 577테라와트시(TWh)에서 재생 에너지 공급량은 43TWh로 7.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해외 대비 국내 풍력과 일조량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생산되는 재생 에너지조차 민간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재생 에너지 확보 노력과 함께 전력 사용이 많은 RE100 가입 기업에 우선적으로 재생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운용의 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더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내 재생 에너지가 주로 태양광인데, 관련 사업자들이 민간 기업과 계약하면 1킬로와트시(KWh)당 170~180원을 받지만 한국전력에 팔면 330원을 받다 보니 민간에 공급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가 재생 에너지에 대해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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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이어 "정부가 2024년부터는 관련 제도를 개편해 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는 만큼 단가가 낮아지면 재생 에너지 사업자가 민간에도 공급하려는 시도를 보일 수 있다"며 "다만 늘어나는 재생 에너지 양이 한정돼 있는 만큼 RE100 가입 기업 중에서도 전력 사용량이 많은 곳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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