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불참에 '반쪽'된 시정연설… 尹 '사회적 약자·민간 경제분야' 예산 집중(종합)
-정국급랭…예산안 심사부터 난항 예상
-尹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
-새 성장기반 위해 민간주도 경제 분야 집중 지원… "소상공인 위해 재정 추가 투입"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이기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를 찾아 ‘사회적 약자 보호’를 골자로 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집중 지원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한 사안으로 내년도 예산안에도 이같은 국정기조와 철학을 그대로 반영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야당 의원들이 국무총리 대독 형식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시정연설을 아예 입장도 하지 않고 전면 보이콧한 건 헌정사상 최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글로벌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민생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며 예산안 수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지금의 경제 상황을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불확실성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는 판단으로 윤 대통령은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尹 "사회적 약자 보호는 국가 기본 책무"= 윤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세부 지원책을 내놨다. 우선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폭으로 조정해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최대 지급액을 인상함으로써 기초생활보장 지원에 18조7000억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저임금 근로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예술인의 사회보험 지원 대상을 확대해 27만8000명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근로환경이 열악한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7000곳에 휴게시설 설치 등 근로환경 개선책도 포함됐다.
장애인과 한부모 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강조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장애 수당을 8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시간을 하루 8시간까지 확대함과 아울러 장애인 고용 장려금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증장애인의 콜택시 이용 지원을 확대하고 저상버스도 2000대 추가 확충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한부모 자녀 양육 지원 대상은 현재의 중위소득 52%에서 60%까지 늘어난다.
지난 여름철 폭우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도 다시 꺼냈다. 윤 대통령은 "올해 폭우 피해에서 드러났듯이 반지하·쪽방 거주자들의 피해가 많았다"며 "이분들이 보다 안전한 주거환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보증금 무이자 대출을 신설하고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바 있는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신속한 보호를 위해 최대 1억6000만원 한도의 긴급대출 지원도 신설했다"며 "우리 청년들에게는 ‘청년 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 집’ 5만4000호를 신규 공급하고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도약계좌를 새로 도입하는 한편 ‘청년 내일 저축계좌’ 지원 인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생활물가 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필수 생계비와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한 예산도 설명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에너지 바우처 지원을 확대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규모를 금년도의 590억원에서 1690억원으로 약 3배 확대했다"며 "밀, 수산물 등 주요 농·축·수산물의 비축을 확대해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중·소농의 공익직불금 지급 확대, 비료, 사료 등의 구매자금 지원을 통해 농가 생산비 부담도 경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새 성장기반 위해 '첨단전략산업' 및 '과학기술' 집중 투자= 건전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짜여진 내년 예산을 통해 집중 지원되는 곳은 민간 주도 경제 분야다. 핵심 전략기술 지원을 통해 흔들리는 경제 기반을 다지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첨단전략산업과 과학기술을 육성하고 중소·벤처 기업을 지원하겠다"며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총 1조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며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도 말했다. 여기에 양자 컴퓨팅, 우주 항공,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등 핵심 전략기술과 미래 기술시장 선점을 위해 총 4조9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꺼냈다.
민간투자 주도형 창업 지원도 강조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스마트화 지원과 연구개발 등 혁신사업에도 3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시 뛸 수 있도록 채무조정, 재기 지원 등에 재정을 추가 투입할 것"이라며 "청년 농업인에 대한 영농정착지원금, 맞춤형 농지, 금융지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해 농업혁신을 주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3축 체계에 5조3000억원·공급망 대응 3조2000억원 투자= 자주 국방력 강화도 공언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에 현무 미사일, F-35A, 패트리어트 성능 개량, 장사정포 요격 체계 등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5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공급망 위기 대응에도 3조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튼튼한 국방력과 일류 보훈, 장병 사기진작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윤 대통령의 안보 철학이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로봇, 드론 등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 전환을 위한 투자, 그리고 군 정찰위성 개발, 사이버전 등 미래전장 대비 전력 확충 등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사병 봉급을 2025년 205만원을 목표로 현재 82만원을 내년에 130만원까지 인상해 병역의무 이행에 대해 합리적 보상이 매년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병 봉급 인상 계획도 소개했다. 또한 보훈 급여를 2008년 이후 최대폭으로 인상하고 참전 명예 수당도 임기 내 역대 정부 최대 폭으로 올리겠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사병 및 보훈 급여 인상 배경과 관련해 "국가를 위한 헌신에 존중과 예우를 하는 것은 강한 국방력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공급망 위기로 대두되는 경제 안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계획도 시정연설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격화되는 경제 블록화 물결에 대비하여 경제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니켈, 알루미늄 등 광물 비축, 수입선 다변화 추진을 위해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쪽짜리 시정연설… 예산안 심사부터 난항 예상=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20여분 가까이 설명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불참으로 인해 새 정부의 새 예산안 시정연설은 '반쪽'으로 전락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18분 동안 19차례의 박수로 화답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하고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 구호 및 침묵시위로 대통령을 맞았다. 고강도 사정으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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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경제·안보 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다"며 "국회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지만 여야 간 협치 실마리는 사라졌다는 평가다. 이날부터 본격 시작된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오는 12월 2일로 예정된 법정시한을 맞출 수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 법정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달 말까지 심사를 마쳐야 하는데, 예산 심사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 졸속 심사나 심사 파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 세제개편안 등 윤 정부 대선공약 역시 국회에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여당은 졸속 심사나 대선 공약 처리 무산 등을 야당 책임으로 돌릴 수 있고, 야당은 책임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 있어 양당 간 정치적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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