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사재 털어 국제음악제 운영하는 작곡가의 ‘진심’
[인터뷰]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음악감독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천재들이 쏟아지지만, 이들이 활동할 국내 무대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국의 음악 생태계가 없다면 연주자는 자연히 도태되기 마련이다.”
서울국제음악제를 13년째 이끄는 작곡가 류재준(52·사진)은 천재들의 성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등한시되는 다양한 무대를 조성하는 것이 클래식 산업 성장의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에만 기대서는 한국 클래식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음악제는 대중에게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무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류 감독은 외국에서 위촉받은 작품을 통해 돈을 벌면 이를 한국에서 음악제와 연주회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수익, 명성과는 거리가 먼 일에 매진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좋은 연주자가 한데 뭉쳐서 활약할 기회, 그 베이스 그라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음악제를 만들고 있다”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고 우연히 내가 이 일을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올해 13회를 맞은 서울국제음악제는 코로나19와 전쟁을 마주하며 상처받고 멍든 ‘우리를 위한 기도’를 주제로 진행된다. 류 감독은 “지난해 ‘놀이동산’을 주제로 코로나19 이전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고 회복을 희망했다면, 올해는 나를 비롯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기도를 다양한 음악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음악제는 모차르트가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작곡한 미사(탄생을 위한 기도), 류 감독의 스승인 펜데레츠키의 영혼을 위한 ‘기도(Kadisz)’ 그리고 그가 새롭게 작곡한 ‘현악 사중주를 위한 협주곡’, 삶과 죽음을 이끄는 사이렌의 노랫소리에서 영감을 받은 드뷔시의 ‘녹턴’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류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오케스트라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라고 소개한다. 도시에 기반을 두고 상시 운영하는 오케스트라가 단일 프로팀이라면 축제 기간에 모여 활동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올스타팀에 가깝다. 그는 “세계 정상급 독주자와 실내악단이 축제 기간에 결성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최고의 사운드를 만들 수밖에 없다”며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이나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역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세계적 권위의 롱티보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출신의 안드레이 비엘로우, 오슬로 필하모닉 수석으로 활동 중인 호르니스트 김홍박, 서울국제콩쿠르와 뉴욕 YCA 국제 오디션 1위를 기록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한국인 최초 어빙 클라인 국제 현악 콩쿠르 1위를 기록한 첼리스트 김민지 등 탁월한 솔리스트이자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한 뛰어난 연주자들이 음악제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고 류 감독은 설명했다.
음악을 통해 청중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류 감독은 “서울시의 인구가 1000만에 달하지만, 클래식을 일상에서 향유하는 인구는 10만명, 채 1%가 되지 않는다”며 “클래식 시장과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좋은 프로그램을 최선을 다해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그걸 음악제란 이름으로 책임지고 퀄리티를 보장해 관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청중들이 음악제 무대를 통해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또 한 번 공연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분들이 공연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음악제 공연 가격을 현실적으로 맞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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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할수록 손해라면서도 그가 무대를 지속해서 기획하는 배경에는 관객들이 믿고 찾는 음악제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축제는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8차례 공연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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