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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4년간 年100여명 '기술 국가대표' 뽑아…이재용 강조 '생존기술'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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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17일 '2022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특별대회 폐회식 참관
2007년 올림픽 후원 시작…국내대회 수상자 해마다 100명 이상 뽑아
2020년부터 '생존' '혁신기술' 강조…기술개발 통한 지속성장 추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6월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6월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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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6월 '반도체 연구소 간담회'에 참석해 강조한 말이다. 이날 이후 이 부회장이 남긴 기술 관련 발언 흐름을 보면 '생존'과 '미래' '세상에 없는 기술'이란 단어를 자주 쓴 것을 알 수 있다.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쟁쟁한 기업들과 삼성의 주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초미세 공정 경쟁 중인 현실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 발언이 왜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의 '기술경영' 속도에 재계의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17일 이 부회장은 한국 국가대표 기술 유망주들이 뛰는 세계 대회인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이 열리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를 찾았다. 폐회식 참관 과정에서 2007년 후원 첫해 대회처럼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대회를 세심히 관찰했다. 지배구조 개편, 컨트롤 타워 부활, 회장 승진, 삼성물산 -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재판, 인수합병(M&A) 논의 등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대회 현장을 폐회식에라도 찾은 것은 기술 개발 없이는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이 부회장의 판단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전국기능경기대회와 국가대표를 지원하도록 이끈 리더다. 2006년 상무 신분으로 일본 기업을 방문해 핵심 부품 공정 숙련 인력 다수가 국제기능올림픽 및 일본 기능대회 수상자 출신이고, 그 업체가 입상자 명단과 상패를 전시한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해 12월 고용노동부와 '기능장려협약'을 맺고 후원 작업을 시작했으며 삼성전자 내부 논의를 거쳐 2007년 사내에 삼성기능올림픽사무국 및 훈련센터를 신설했다. 기능대회 출신 우수 인력들을 적극 채용하는 전통도 이때 만들어졌다. 그해부터 2021년까지 14년간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전기 · 삼성중공업 ·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 에스원 등 관계사에서 전국기능경기대회 출전 선수 1424명을 뽑았다. 연평균 100명이 넘는 '기술전사'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이 부회장의 '기술 사랑'은 뿌리산업과 제조업 첨단산업을 아우른다. 2009년 전무 신분으로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40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장에 가 선수들에게 "금형, 사출, 선반 등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 아니겠느냐"라며 "그런 사람을 챙겨보려고 기술 인력 후원을 시작했으며, 이는 회사가 잘 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이 모두 잘살도록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세대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사회에 나올 기회를 주는 것"이란 철학을 내비친 일이 있다. 그가 최근 발언한 "기술, 기술, 또 기술"이 '깜짝 쇼'가 아니라는 증거다. 이후 이 부회장은 2010년 부사장 신분으로 국내 공업고등학교 교장단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 초청하면서 '학력과 관계없이 기술인재를 우대하겠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했다.


이랬던 이 부회장의 발언 수위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등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면서 파운드리 중심의 사업 재편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라서다. 초미세 공정을 통한 기술 경쟁에서 TSMC, 인텔 등을 제치지 못하면 애플 등 빅테크 고객을 확보하는 일도 요원해진다.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그룹의 성장 동력(모멘텀)이 꺼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가전, 디스플레이 같은 다른 주력 산업이 중국 등의 거센 추격에 고전을 면치 못해 고민이 깊다. 미국의 강력한 자국 반도체 육성 정책과 중국 제재 등으로 그룹의 경영 전략을 짜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빠졌다. 결국 기초 체력(펀더멘털)은 '기술'이며 이는 곧 '생존'의 문제라는 이 부회장의 기본 철학으로 돌아갈 때란 재계 안팎의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 존중'이 '전통'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지난 8월19일 경기도 기흥시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서 그는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생존 필수품인 '혁신 기술(세상에 없는 기술)'은 삼성의 '기술 존중 전통'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발언이다.


삼성은 2007년 일본 시즈오카 대회 후 격년마다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을 8회 연속 16년간 후원 중이다. 14년간 1424명을 채용하면서 입사 후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로 뛰는 이들의 별도 교육을 지원했다. 이들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거둔 성적은 금메달 28개, 은메달 16개, 동메달 8개 등 메달 52개다. 이 메달 주역이 '2027년 1.4나노(1나노=10억 분의 1m) 공정 양산 선언'을 실현한 주인공들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대회 입상 후 입사한 이들 중 대통령 표창·기능장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만 약 200명에 달한다. 대다수가 35세 이하고 향후 10~20년간의 숙련 기간을 거쳐 명장이 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명장은 15년 이상의 실무 경험과 사회·기술 기여도가 높은 산업현장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 보유자를 의미한다. 관련 중앙행정기관장의 추천을 통해 정부가 뽑는 국가 최상급 기술·명예직 자원들을 의미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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