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 결과 첫 발표
2487개 중 901개 성과 미흡 대상 등급
"감액 15% 등으로 7.7조원 구조조정"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통근 버스 사업이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통합 재정사업 성과 평가에서 '감액' 판정을 받았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수도권의 경우 버스 운행을 종료하고 세종청사 등 일부 대중교통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라는 평가다.

올해 최초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랏돈 사업의 성과를 평가한 결과 3개 중 1개 이상이 낙제점을 받았다. 행정안전부의 공무원 통근 버스 운행, 보건복지부의 국가 금연 지원, 금융위원회의 청년도약계좌, 기후부의 탄소중립사업화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감액, 폐지 등 성과 부실 판정을 받은 사업들의 내년도 예산을 깎아 8조원에 가까운 지출을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수도권 공무원 통근 버스 폐지해야"…나랏돈 사업 36% '구조조정' 판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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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평가' 없앴더니 36.2%가 감액·폐지·통합 판정…부처 1위는 국토부

기획예산처 재정성과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 결과를 확정·발표했다. 각 부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종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를 '셀프'로 진행했다. 하지만 봐주기식 자체 평가의 객관성·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올해부터는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가 함께 전 부처 사업에 대한 통합 평가를 실시했다.


재정사업 성과평가단장인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재정확장 국면에서 기존 재정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공감대 위에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평가를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선입견 없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납세자의 가치를 세울 수 있는 엄격한 평가 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평가 대상인 정부 재정지출 사업 2487개 중 901개(36.2%)가 지출 구조조정 대상인 감액·폐지·통합 등급을 받았다. 감액은 아니지만 사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사업은 1497개(60.2%)였다. 사업 효과성과 정책적 중요성이 인정돼 지속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정상추진 등급은 89개(3.6%)였다. 기획처 관계자는 "지출구조조정 대상 비율 36.2%는 '역대 최고' 비율로서 최근 5년간 자율평가 미흡사업 비율(15.8%)의 2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평가에서 감액·폐지·통합 등 구조조정 대상으로 예산액 기준 가장 많이 지적된 분야는 국토교통이다. 총 44조2961억원 가운데 39.1%인 18조3262억원이 수술대에 오른다. 다음으로 ▲재난안전(6조6024억원) ▲국방외교통일(3조7149억원) ▲중소기업금융(3조6398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3조3713억원) 순이다.

부처별로 보면 국토교통부가 21조9737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고용부(3조6510억원) ▲중기부(3조5350억원) ▲과기부(3조4458억원) ▲기후부(3조2567억원) 순이다.


청년도약계좌, 국가금연지원 서비스 등 감액 판정…유형별 사례 보니

이번 평가는 평가단 내에 평가위원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17개 분과를 구성해 분과위원간 토론·조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했다. 서면평가-대면평가-쟁점사업평가의 전 과정에 소관부처 참여 보장 및 의견 청취절차 등을 부여하는 '3심제'로 운영됐다. 또한, 평가는 재정사업의 '형식적 절차 준수 여부'가 아닌 ?재정사업 필요성 ?사업계획 적정성 ?집행 적정성 ?재정지원 성과 등 4대 평가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공무원 통근버스 운행은 재정사업 필요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상담 전화 등이 포함되는 국가금연지원 서비스는 사업계획 적정성에 미달했다. 법적 근거의 구체성이 미흡하고 일부 내역 사업 간 기능과 대상이 중복되거나 경계가 불분명하게 운영되는 점 등이 고려됐다. 집행 효율성이 미달된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신규 가입이 중단됐음에도 유보금, 이월재원, 환수금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어 기존 가입자 지급 실소요를 기준으로 전체 사업 규모 조정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외교부의 신성장파트너십프로그램(ODA)는 성과달성이 미흡했다. 일부 사업에서 집행 변동성과 파트너 분담금 이행 문제점이 확인되는데도 예산이 빠르게 확대됐다는 게 평가단의 설명이다.


기후부의 탄소중립사업화지원은 유사사업 통합 판정을 받았다. 기후부 내 중소환경기업 사업화 지원사업과 유사해 사업 통합,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기후부의 노후 공동주택 세대별 점검과 전기설비안전점검도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라고 지적됐다. 과기부의 3D 프린팅 산업육성 기반 구축도 폐지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민간 역량 향상 등 환경 변화를 반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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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 15% 감액 포함 예산요구안 만들어 5월 말까지 제출해야

정부는 2027년도 정부 예산 편성 시 통합 평가 결과를 반영할 방침이다. 기획처는 이미 결과를 토대로 각 부처에 사업별 지출구조조정 목표를 설정·통보한 상태다. 부처들은 5월 말까지 내년도 지출구조조정 계획을 반영해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


우선 폐지 등급을 받은 사업은 예산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 감액 사업은 15% 이상을 줄여야 한다. 기획처 관계자는 "감액·폐지가 모두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총 7조7000억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각 부처는 사업개선 사업에 대해서는 평과 보고서에 명시된 개선 필요사항을 반영해 6월 중 성과관리개선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도 성과계획서에 반영해 제출해야 한다. 불가피한 이유로 지출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에 대해서는 추후 '미반영 사유서'를 작성해 '열린재정'을 통해 소명해야 한다.


한편 성과가 우수한 사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평가단에서 우수사업으로 선정한 사업(50개 이내)은 차년도 평가를 유예하고, 7월 중 대국민투표를 거쳐 선정할 국민체감도·만족도가 특별히 높은 우수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담당자에 대해 별도로 포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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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처 관계자는 "통합평가제도의 내실화를 위해 평가과정에서 제기된 개선 과제와 부처, 평가단 애로 사항 등을 종합해 하반기 중 평가지침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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