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달러·무기로 얽혀있는 양국
최근 원유감산으로 관계 악화일로
원만한 해결책 찾을지 관심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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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혼인' 관계에 비유된다. 그만큼 양국은 서로 절실히 필요한 동맹이다. 그런데 동맹은 거래가 있다는 의미다. 국제관계에서 일방적 수혜는 없다. 양국 관계에도 석유, 달러, 무기가 얽혀 있다.


미국이 중동에 개입하는 핵심 이유는 중동이 세계 석유 공급망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산유량은 미국이 사우디보다 많지만, 수출량에서는 사우디가 미국을 압도한다. 세계 최대 석유 공급자인 사우디가 석유를 달러로 거래하는 것은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는 큰 축이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미국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1932년 사우디 왕국 건국 이후, 사우디의 최대 관심은 국가 안보와 체제 유지였다. 사우디 왕가를 생각할 때 왕가의 권위적 이미지와 오일머니의 부유한 인상 때문에 사우디 왕정을 안정적이고 강력한 체제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사우디는 대내적으로는 전제 왕정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오래 분투해 왔고, 대외적으로는 수니파 대표국으로서 시아파 국가들의 위협에 맞서야 했다.


사우디의 가장 큰 위협은 시아파 맹주국 이란이다. 이란의 인구는 사우디의 2배가 넘고 군사력에서도 이란이 사우디에 앞선다. 그런 이란이 핵무기마저 보유하려 한다. 사우디 남쪽 국경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중동의 상황 때문에 사우디는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군사적 열세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사우디는 매년 천문학적 규모로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는 미국의 증산 요청을 무시하고 원유 감산을 선언했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잘 알려진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사우디와 접경한 예멘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 개입을 중단했다. 예멘에서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 간 내전은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이 짙다. 만약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예멘을 점령한다면, 사우디는 자국 안보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이란과의 완충 지대를 잃게 된다. 사우디는 이 위기 상황을 동맹국 미국이 외면한다고 느낀다.


사우디는 최근 미국과의 거래 손익을 고려할 때 증산 요구까지 들어줄 만한 이유는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의 감산 선언 직후, 바이든 정부는 분노하며 양국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석유·달러·무기가 얽혀 있는 양국 관계가 변하기는 극히 어렵다. 지금 미국이 검토할 수 있는 카드는 사우디로의 무기 판매 중단이다. 무기 수출 금지는 국가 안보가 최우선인 사우디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사우디에 무기는 절실하다.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방한해 대전까지 내려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했다. 무기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 사우디의 석유 시장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세계 석유개발 투자가 급감하며 주요 산유국의 증산 여력이 감소한 상황이다. 당분간 시장에서 한계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이며 가격을 조정하는 ‘스윙 프로듀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는 사우디뿐이다. 미국의 무기가 사우디의 석유를 통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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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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