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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열 살 아이가 학교에서 나들이를 간다며 돗자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알려왔다. 가까운 상점 몇 곳을 돌아봤지만, 마땅한 것을 팔지 않아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딜리버리 앱인 메이퇀(美?)에서 고른 돗자리는 광둥에서 오는 것으로 24시간 이내에 물건을 발송하겠다고 적혀있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그 사이 아이는 나들이를 다녀왔고, 그로부터 수일이 지나도록 돗자리는 깜깜무소식. 상점 서비스 센터에 문의하니 돌아온 대답은 '물건이 베이징에 갔다가 반송됐습니다. 그냥 환불해드릴게요'.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중국살이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을 비교적 싸게 먹을 수 있다는 것. 과일을 잔뜩 두고 먹을 수 있는 바구니가 필요해 중국 쇼핑몰인 징둥(京東)에서 주문했다. 3주가 지나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제 이튿날 발송은 됐는데, 여전히 '배송 중'이다. 역시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니 '지금 배송이 막혀서 못 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잡다한 생활용품 배송이 갑자기 막힌 이유는 뭘까. 답은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있다. 중국 공안부, 국가안전부, 국가우정국 등 3개 기관은 최근 당대회 기간 우편물 안전 검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물품 안전관리 강화에 관한 고시'를 발표했다. 우편 발송부터 수령 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내용물과 발신·수신인의 신상정보 등을 거듭 확인해야 하는 탓에 물건들이 물류센터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배송이 아예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것은 오고 어떤 것은 오지 않는다. 뚜렷한 기준은 알기 어렵다.


물건뿐 아니다. 사람도 다른 도시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시적으로는 베이징을 왕래하는 데에 막힘이 없으나, 실제로는 코로나19 건강 앱인 젠캉바오 시스템을 사용해 진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어디든 이동하려면 이 지역별 젠캉바오로 자신의 코로나19 핵산 검사 음성 결과를 증명해야 하기때문에, 탄촹(팝업)으로 앱을 사용할 수 없게 막으면 베이징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 베이징 주재원은 "톈진에 출장을 왔다가 베이징으로 돌아가지 못한지 몇주일이 지났지만, 탄촹이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우선 한국으로 돌아온 상태"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은행 서비스가 자주 지연되고, 중국 메신저 앱인 위챗의 파일 전송도 간헐적으로 먹통이 된다. 표면상 모두 다른 이유가 있으나, 안을 들여다보면 당대회를 앞둔 단속의 연장선이라는 것이 외교 소식통과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다. 한 교민은 "예전에도 당대회 전에 검열이 강화되고 보안 문제가 까다로워지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단속이 더 심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지난 6월부터 중국 전역에서 범죄자 단속을 통해 140만명 이상을 체포했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격리된 사람은 2억명에 달한다. 이를 두고 FT는 '베이징의 요새화'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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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회가 열리는 인민대회당은 현지 언론사 기자를 포함해 극도로 제한된 소수를 제외하고는 입장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인민대회당에서 가까운 거리의 한 호텔에 별도의 미디어 센터를 두고 생중계를 통해 당대회 내용을 보거나 자료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취재 지원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 미디어 센터 역시 통상 72시간 이내를 요구하는 핵산 검사 유효 기간을 24시간으로 단축해 요구하고 있다. 매일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검색대는 국제공항의 그것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전신(全身)을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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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고유의 역사와 정치 시스템을 바탕으로 문화와 양식을 만든다. 중국 역시 그러한 문화의 기반 위에서 인민들이 현재 상황을 수용하고 있는 것일 테다. 하지만 정교하게 불안 요인만을 해소하는 핀셋형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두들기고 보는 중국의 망치형 통제는 이곳 고유의 역사와 정치 시스템을 이해해보려는 의지까지도 때려잡는다. 시시콜콜한 불편으로 선량한 시민들을 통제하려는 체계는 비겁하기까지 하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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