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_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게 된 것은 다소 즉흥적이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카네기홀에서는 당일 저녁 공연의 남은 티켓을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때마침 약속이 취소된 날 그 주변을 지나가다 우연히 구입했던 것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입장한 터라, 공연이 시작되고서야 '50주년 기념'이라는 의미 있는 자리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곡을 이끌 지휘자가 아직 무대에 서지 않았는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해서였다. 인터미션 후 다음 작곡가의 곡에서도 지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 수석 연주자인 콘서트마스터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불과 십여분 전까지 곡을 리드하던 콘서트마스터는 뒷자리로 밀려 있었다.
부랴부랴 프로그램 북 뒷장까지 샅샅이 훑어보고서야 이 오케스트라가 지난 50년간 클래식 음악계에서 어떤 변화를 주도해왔는지 알게 됐다.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 뉴욕을 주 무대로 삼아 그래미상을 몇차례나 수상해온 이들은 '음악적 민주주의에 대한 급진적 실험'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통상 대다수 오케스트라가 '마에스트로'라고 불리는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을 중시하고 따르는 수직적 구조인 것과 달리, 이 오케스트라에서는 모든 단원이 동등하다. 나이도, 경력도, 이에 따라 정해지는 서열이나 역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민주적 의사결정과정 하에서 함께 곡을 선정하고, 해석하고, 토론한다. 모든 단원은 한 번씩 리더가 되고, 작품을 책임진다. 한 공연에서 수차례 단원들의 자리가 바뀌는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단원 모집 절차도 색다르다. 대다수 오케스트라처럼 오디션을 통해 가장 뛰어난 연주자를 선정하지 않는다.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는 몇 차례 공연과 투어를 함께 진행하면서 그들의 동료를 찾고 만들어가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아무리 연주가 뛰어나도 다른 단원들의 음악적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상호 토론하지 못하는 이는 결코 입단할 수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협의'와 '합의'였다.
효율을 중요시하고 때때로 과정보다 결과가 우선인 현대 사회에서 이들의 방식은 다소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 당장 이들의 곡당 리허설 시간만 해도 다른 오케스트라의 몇 배가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음악적 해석을 펼치고 동료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해나가며 느끼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참여 경험을 거친 단원들이 갖게 되는 책임감, 성장, 조직에 대한 애정과 헌신은 말할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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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들이 지난 시간 증명한 것은 2300여년 전 위대한 철학자의 통찰과도 맞물린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지휘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지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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