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아랑곳 않는 中 반도체 굴기…韓 반도체 우려는 '지속'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하는 中 선전, 반도체 발전 계획 발표
미국 전방위 규제에도 반도체 굴기 포기 않는 중국
美·中 갈등 장기화 전망에 韓 반도체 업계 고민 가중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연일 반도체 규제를 더하지만 중국은 보란 듯 자국 반도체 지원 정책을 확대하며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보할 수 없는 패권 경쟁이 반도체 산업에서 이어지는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민은 늘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지난 8일(현지시간) 반도체 산업 발전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에는 선전에 있는 반도체 기업이 생산 라인을 업그레이드하면 설비당 최대 15억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안이 담겼다.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해서는 연간 최대 1000만위안을 제공하기로 했다. 개방형 반도체 설계 기술을 사용하거나 중국산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기업에도 최대 1000만위안의 보조금을 약속했다. 용수와 전기 등의 인프라 비용 지원도 함께다.
이번 계획은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직후 나와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에 대응하듯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SCMP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규제를 강화하자 선전이 반도체 업체에 지방 보조금과 현금 보상을 약속했다"며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노력을 배가했다"고 해석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18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기존에도 네덜란드 기업인 ASML에 선단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를 요청하는 등 규제가 있었지만 이번엔 전방위로 규제 범위를 넓혔다. 미국 EDA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수출도 막은 상태다.
중국은 미국의 이같은 제재에도 상하이시에 이어 선전에도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대하는 등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고 있다. 선전은 기존에 반도체 집적회로(IC) 설계 관련 기업이 주로 있던 곳이다. 선전시는 앞으로 지역에 설계와 생산, 패키징을 포함한 반도체 종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지난해 1100억위안이던 클러스터 매출 규모를 2025년 2500억위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도 지난해에만 3420개 현지 반도체 기업이 부도로 문을 닫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반도체 의지는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반도체가 글로벌 기술 패권의 핵심으로 떠오른 만큼 관련 산업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사실상 내정된 상황에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양국 간 갈등 관계를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역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싹을 자르겠다며 강경 태도를 보이는 만큼 향후에도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 간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경우 중국에 공장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고민은 늘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비중은 전체의 40%가량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만 전체 D램 생산량의 50%를 충당하고 있다. 반도체 최대 소비국인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점도 고민을 더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가장 가까운 시장에 먹거리가 많은데 이를 저버리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미국이 중국에 각종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외 반도체 주요 사업자에게 1년간 규제를 유예하겠다고 한 점은 긍정 요소다. 다만 한시적인 조치인 데다 향후 미·중 갈등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장기 위험 요인은 그대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미국 반도체 장비사가 중국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문제(미·중 갈등)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