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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첫 동원령' 선포된 러시아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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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0만 명 러시아인 자국 떠나
군 복무 적합하지 않은 이들도 징집
훈련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전장으로 향해

한 러시아 군인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볼고그라드주 볼즈스키에 마련된 징집 예비군 집결 지점에 모인 예비군들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 러시아 군인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볼고그라드주 볼즈스키에 마련된 징집 예비군 집결 지점에 모인 예비군들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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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러시아의 군 동원령 선포 이후 징집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인들의 국외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분별한 징집으로 동원된 예비군들은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전장으로 향하고 있다. 징집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까지 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오는 가을 정규 징병을 시작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군 동원령을 발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의 첫 동원령 선포다. 전면 동원이 아닌 부분 동원령으로 예비군 30만명이 징집될 예정이다. 푸틴은 이번 동원령과 관련해 "현재 예비역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소집될 것이며, 우선 군에 근무했고 특정 전공과 상응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령이 선포되자 징집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인들의 국외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몽골, 카자흐스탄, 조지아, 핀란드 등의 국경검문소에는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접경한 국가는 동쪽의 북한에서 서쪽의 핀란드에 이르기까지 모두 14개국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 러시아 인접 국가들의 통계 자료를 인용해 동원령 이후 최소 20만 명의 러시아인이 자국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국경 수비 업무를 담당하는 프론텍스는 지난달 25일까지 한 주 동안 EU에 들어온 러시아인 수가 그 전주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한 한 러시아 남성(32)은 워싱턴포스트(WP)에 "튀르키예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가 두 달 후에 만료된다"며 "가족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막막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지아에 접한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블라디캅카즈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지아에 접한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블라디캅카즈에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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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탈출 행렬은 러시아 정부가 당초 밝힌 동원 기준과 달리 진행되는 무분별한 징집에 대한 불안과 관련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7일 러시아 정부가 동원령을 발령한 이후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노인과 환자, 장애인까지도 징집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방 관료들이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징집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피부암에 걸려 한쪽 눈이 실명된 59세 남성, 당뇨병과 뇌 질환을 동시에 겪고 있는 63세 남성에게까지 입영 소집을 통보했다. 무분별한 징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러시아 정부는 29일 징병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실수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러시아인들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전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모스크바타임스는 현재 동원된 남성들은 2주 미만의 훈련을 받고 있거나 때로는 전혀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훈련 부족은 러시아에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 갈 것"이라며 "훈련되지 않은 것은 군인을 전투에 투입하는 것은 범죄"라고 우려했다. 제대로 된 훈련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4일이 돼서야 "전선에 배치되기 전 예비군들이 80개 사격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동원령을 받은 러시아 예비역들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크라스노다르의 소집 센터 주변에 모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동원령을 받은 러시아 예비역들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크라스노다르의 소집 센터 주변에 모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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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 속 징집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까지 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29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동원 대상 예비군의 팔을 망치로 내리쳐 부러뜨리거나 다리를 부러뜨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분신을 시도하거나 군 지휘관에게 총격을 가한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워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래퍼 이반 비탈리예비치 페투닌(27)이 동원령에 반발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12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 가을 징병'을 시작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한국처럼 징병제를 유지 중이다. 18세∼27세의 러시아 남성들은 법적으로 1년간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대학 등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경우 복무에 상응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러시아군에 입대하는 한 남성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치칼롭스크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러시아군에 입대하는 한 남성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치칼롭스크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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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가을 징병은 '특별 군사 작전'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일상적인 징병 캠페인"이라고 밝혔다. '특별 군사 작전'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컫는 러시아의 공식 표현이다. 러시아는 징집병의 해외 작전 참여를 법령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전에 징집병이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8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는 병력 확보를 위해 참전을 희망하는 외국인까지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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