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 사상 첫 좌파 정권…거세지는 제2의 '핑크타이드'(종합)
좌파연합 페트로 당선…높인 빈곤·실업률 불만에 국민들 '변화' 열망 파고들어
멕시코·아르헨 등 중남미 잇달아 좌파 집권…'10월 대선' 브라질도 좌파 우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콜롬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탄생, 중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잇달아 집권하는 이른바 ‘제2의 핑크 타이드’ 열풍이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중남미에서는 1990년대와 2000년 무렵 좌파 정권들이 속속 등장하는 핑크 타이드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원자재 가격 강세 영향으로 세력을 키웠던 좌파 정권은 경제위기를 맞으며 한동안 세력이 위축됐으나 2018년 말부터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서 잇달아 집권에 성공했다.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대선 후보인 구스타보 페트로(62)가 당선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개표가 97%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페트로 후보는 50.57%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경쟁자인 기업인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77)의 득표율은 47.16%다. 에르난데스는 "콜롬비아인 국민들은 다른 후보를 선택했고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유권자 수 3900만명이었던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58%를 조금 넘겼다.
페트로는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오는 8월 취임한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19일(현지시간) 수도 보고타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페트로 당선인은 이날 실시된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약 51%의 득표율을 얻어 좌파 후보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사진 제공=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이번 대선 결과가 지난해 수십 만명이 거리 시위에 나설 정도로 고조된 국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콜롬비아는 40%에 달하는 빈곤율과 11%의 실업률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빈부 격차는 극심한 반면 경제적 기회는 부족하고 강력범죄도 늘고 있어 현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이번 대선이 치러졌다.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한 페트로는 변화를 요구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파고들었다. 그는 2010년 대선에 처음 도전해 9% 지지율로 4위를 차지했고 직전 2018년 대선에선 결선까지 올랐다. 당시 결선에선 이반 두케 현 대통령에게 12%포인트 차이로 졌다.
페트로와 에르난데스 두 후보 모두 수 세대에 걸쳐 나라를 지배해 온 정치계급에 대항하여 출마해 자신을 반체제 후보라고 주장했다. 다만 콜롬비아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에 대한 인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페트로는 과도한 석유 수출과 코카인 사업에 의존한 탓에 경제 체계가 망가졌으며 빈부 격차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석유 탐사를 중단하고 다른 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며 사회 복지 제도의 확대와 고소득층에 대한 더 높은 세금을 주장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춰 협력할 것이며 아마존 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후안 카를로 에체베리 전 콜롬비아 경제장관은 페드로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을 경제적 자살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페트로의 당선은 2016년 9월 체결된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간 평화협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FARC 주도로 반세기 동안 이어진 내전 탓에 콜롬비아에서는 좌파 세력이 정치적 힘을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진단했다. 페트로 당선인 역시 젊은 시절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 몸담았다. M-19는 1990년 해산해 정치조직으로 변신을 시도했고 페트로는 수도 보고타 시장을 지낸 현직 상원의원이다.
이번 페트로의 승리로 중남미의 정치 지형은 확연히 왼쪽으로 기울게 됐다. 경제 규모 상위 중남미 주요 국가들 중 브라질을 제외한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모두 좌파 정권이 집권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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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대선을 치르는 브라질에서도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에서도 좌파 정권이 탄생하면 처음으로 중남미 경제규모 상위 6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집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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