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반세기 포크 거장 송창식 인터뷰
하루 1시간 노래, 1시간 기타연습 이어가
두 차례 성대결절 수술로 목소리 잃어…“새로운 목소리 만드는데 정진”
“노래 위한 연습과 공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

클래식 학도, 깜짝 1등, 성대결절…포크송 거장 송창식의 '만일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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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매일 목소리를 내는데도 닦여지지가 않아요. 내 목소리를 내 마음대로 내야하는데, (성대결절 수술 후) 다시 회복이 안 되니까 약간 섭섭하네. 그래도 매일 1시간씩 기타치고 1시간은 발성연습을 해요. 이건 더 나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늘 해오는, 내 생활의 일부지요.“


개성있는 가창력과 독보적인 음악세계로 무대를 휘어잡던 가수 송창식은 지금 새로운 목소리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자의적 도전이 아닌 신이 내린 천형일지 모를 상실에도 그는 묵묵히 견디며 도야를 이어간다. 1976년에 이어 2017년 두 번째 성대결절 수술을 받은 그는 “성대를 수술한다는 건 그동안 닦았던 목소리 자체를 잃는 것”이라 정의한 뒤 “수술 후엔 다시 발성을 익히고 연습해서 목소리를 만들어야하는데 이때 만든 목소리는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남시 미사리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쏭아’에서 만난 그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이곳 무대에 선다. 데뷔 55년차 가수지만 매일 1시간씩 발성연습, 또 1시간은 기타연습에 매진한다고 했다. 그의 왼쪽 다섯손가락 끝 굳은살과 거친 손의 선명함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음정은 학습을 통해 익혀야 하는 음계라 나이가 들면 점점 그 음계에서 벗어나므로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그는 “음악 이론 공부는 젊어서 마쳤지만 스스로 익히고 유지하기 위한 공부는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일 1시간씩 발성연습, 또 1시간은 기타연습에 매진한다고 했다. 그의 왼쪽 다섯손가락 끝 굳은살과 거친 손의 선명함이 이를 방증한다. 사진 = 윤진근PD

그는 매일 1시간씩 발성연습, 또 1시간은 기타연습에 매진한다고 했다. 그의 왼쪽 다섯손가락 끝 굳은살과 거친 손의 선명함이 이를 방증한다. 사진 = 윤진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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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포크음악의 전설이 된 그는 원래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꿈꾸는 클래식 학도였다. 유년시절 우연히 관람한 오케스트라 심포니의 공연이 그의 인생 지침을 돌려놓았다. 그는 “지휘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아보니 서울예고라는 곳이 있다더라. 거기 가면 음악, 미술, 무용하는 학생만 있다기에 거기 가면 지휘를 공부할 수 있겠다 싶어 막연히 지원해서 입학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부도 곧잘 하던 모범생 송창식을 제물포고에 보내 서울대까지 입학시키려고 했던 가족과 학교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서울예고 시험에 도전한 그는 지휘 전공이 없다고 하자 중학교 재학 중 경기도내 음악콩쿨 입상경력을 바탕으로 성악과에 지원해 덜컥 1등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일찍부터 음악교육을 받고 진학한 동기들과 함께 수학하면서 그는 “내가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좌절은 이내 수년의 방황으로 이어졌지만 이후 우연히 쎄씨봉에서 본 조영남의 공연을 계기로 그는 팝송, 그리고 대중음악에 다시 꿈을 품게 됐다.


음악에 있어 송창식만의 철학과 자존심은 확고하다. 그는 “나만의 음악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데, 내가 세운 기준과 로드맵에 내가 따라가지 못한 것도 있고, 나만 너무 혼자 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며 “난 노래만 하는 가수는 아니다. 이론가가 되고 싶었고, 그 체계를 다 세웠는데 내 몸과 소리로 이를 다 소화하질 못했다”고 평했다. 피타고라스가 고안한 12음계를 인위적인 음계라고 말하는 그는 우리 안에 흐르는 육자배기, 즉 우리식 음계를 연구하고 자신의 곡에 새롭게 적용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만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피리부는 사나이’와 ‘한번쯤’에 녹인 실험적 요소로 대중에게 소개됐다.


데뷔 55년차를 맞은 가수 송창식은 매일 1시간씩 발성연습, 또 1시간은 기타연습에 매진한다고 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성대결절 수술로 또 한 번 새로운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 윤진근PD

데뷔 55년차를 맞은 가수 송창식은 매일 1시간씩 발성연습, 또 1시간은 기타연습에 매진한다고 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성대결절 수술로 또 한 번 새로운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 윤진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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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울리는 노랫말에 대해서도 그는 태연히 “그 뜻이 표면적인 의미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기자가 ‘사랑이야’의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하나 이렇게 밝혀 놓으셨나요” 같은 절절한 가사는 어떻게 썼는지 묻자 그는 “단전호흡하다가 속이 뜨거워진데 착안해 쓴 내용”이라며 “내가 노래로 직접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쓴 건 100곡 중 5곡도 안 된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전혀 다른 은유적 장치로 그가 차용한 사랑의 문장들은 대중의 마음에 가닿아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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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매일 하루 2시간씩 빙빙 도는 운동을 고수하는 그는 2024년이면 운동을 시작한지 10000일이 된다고 소개했다. 만일연공(萬日連功), 대중적 성공을 거두고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가 아직도 노래와 기타, 운동과 공부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정진하는 모습이 언뜻 구도자의 수행같다고 말했더니 그는 “우리 삶에 구도의 순간이 아닌 때가 있을까”라고 되물은 뒤 “나는 그저 계속 연습하고 노래하고 내 음악을 위해 나아갈 뿐”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오늘도 기타치고 노래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갈고 닦는다, 끝없이 그리고 끝없이.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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