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안개①]"정훈희·송창식과 녹음, 놀라운 경험"
정훈희 데뷔곡 '안개' 재녹음 "영광스럽다"
송창식과 부른 버전은 엔딩 크레디트에 나와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는 노래 ‘안개’가 흐른다. 가수 정훈희의 데뷔곡이다. 색소폰 연주자 이봉조(1932~1987)가 김수용 감독의 영화 ‘안개(1967)’에 삽입할 목적으로 작곡했다. 영화의 뼈대는 김승옥 작가의 단편 ‘무진기행(1964)’이다. 김 작가가 직접 각색했다. 안개가 명산물이라는 가상 도시 무진을 탈일상적 공간으로 묘사한다. 인간의 진실이 바래고 탈색되는 과정을 시적 정취를 실어 보여준다.
화자는 서울에서 성공해 고향 무진을 찾은 윤기준(신성일). 무진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하인숙(윤정희)을 도피처로 생각한다. 반대로 하인숙은 윤기준을 탈출구로 여긴다. ‘헤어질 결심’의 구도도 비슷하다. 중년 남성의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를 의심한다. 하지만 잠복 수사와 신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둘은 가까워진다. 박 감독은 "자기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로맨스"라고 설명했다.
‘안개’는 로맨틱한 감정선을 부각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정훈희가 다시 녹음했다. 송창식과 함께 부른 버전이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기도 한다. 박 감독은 "내 평생의 영웅들"이라며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던 순간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평생 꿈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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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는 ‘헤어질 결심’의 깊이를 더해준 가수 송창식·정훈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와 노래 그리고 삶에 관해 얘기를 들어봤다. 두 선배 예술가들은 박 감독의 부름에 고마워했다. 정훈희는 "55년 전에 경험하지 못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며 "지구촌 곳곳에서 울려 퍼질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송창식은 "영화는 감독의 예술인만큼 박 감독이 잘 썼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굵어진 목소리로 전하는 정서가 오늘날 관객에게 잘 전달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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