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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R&D 불붙었는데…‘게임체인저’ SMR 예산 깎고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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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원전 3D프린팅 기술 개발…상용화는 검토 못해
선진국은 이미 규제개혁…美 원자력규제위원회가 대표적
'차세대 원전' SMR도 경쟁 본격화…정부는 예산 대폭 삭감
정부 로드맵 축소 불가피…尹 '원전 최강국' 구상도 차질
원전 업계도 실망감…“SMR은 2030년까지가 골든타임”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찾아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시설을 살펴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찾아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시설을 살펴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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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3D프린터로 원자력발전 부품을 만드는 기술은 개발했지만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3D프린팅으로 만든 원전 부품에 대한 기술 표준, 규제 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신기술에 보수적인 국내 원전 규제상 3D프린팅 기술이 상용화에 이르려면 법령 개정 등 거쳐야 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기술개발을 마친 한수원이 상용화를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이 첨단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반면 선진국은 이미 원전 3D프린팅 기술을 상용화하며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미래 원전기술을 일찌감치 선점한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19년 3D프린팅을 포함한 ‘첨단제조기술에 대한 실행계획’을 발표한 후 이듬해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3D프린팅으로 만든 원자로 핵심부품을 2020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터빈 제조사도 2차계통 핵심부품 생산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게임체인저’ SMR…정부 예산은 대폭 삭감

선진국이 앞다퉈 연구개발(R&D)에 뛰어든 첨단 원전기술은 3D프린팅만 있는 게 아니다. 차세대 원전인 SMR는 해외 각국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다. 기존 원전보다 안정성이 높고 도서·산간 지역에도 건설할 수 있어 에너지 시장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시절인 지난달 직접 브리핑에 나서 SMR를 핵심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이유다.


국내 기업도 SMR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25일 SMR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에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이미 글로벌 SMR 시장 선두주자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1억400만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했다. 뉴스케일파워는 삼성물산이 최근 SMR 시장 진출을 위해 7000만달러(약 886억원)를 투자한 회사다. 또 SK그룹은 이달 초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기업 테라파워와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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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8년 SMR 표준설계인가를 확보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의 ‘SMR 기술개발 사업’ 예산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며 사실상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 5832억원 규모의 SMR 사업 예타를 신청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23일 SMR 사업 예타 종합평가를 실시한 후 예산을 3000억원대 후반에 맞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계획보다 2000억원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기재부가 이같이 결정한 건 예타 심의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SMR 사업의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해서다. KISTEP은 예타 1~2차 점검회의 등에서 SMR 사업 초점이 ‘국내 건설’이 아닌 ‘수출’에 있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2030년부터 SMR 시장이 개화해도 한국 수출 가능성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KISTEP 설명이다.


‘원전 최강국’ 구상 차질…"골든타임 놓칠라"

문제는 예산 삭감 시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이다.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개발은 윤석열 정부 주요 국정과제다. 다만 SMR 예산이 기존 안보다 약 2000억원 삭감된 3000억원 후반대로 책정되면 정부 로드맵도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5832억원으로 제출한 SMR 예산도 본래 계획한 8000억원대에서 줄이고 줄인 결과"라며 "전문가들은 기존 예산으로도 정부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SMR 예산이 대폭 깎이면 한국형 원전(APR1400)과 SMR로 원전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8년까지 SMR 표준설계인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인수위에 "원전 선도기술을 확보하려면 SMR 기술개발에 대규모 재원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보고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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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업계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MR 분야는 2030년까지 기술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SMR 기술개발은 2030년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정부가 예산을 깎은 만큼 증액을 해줘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SMR 사업에는 기존에 없던 핵연료 개발 등 다양한 신기술 과제가 담겨 있었지만 예산 삭감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면서 "글로벌 SMR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보완 과제를 마련해 기술개발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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