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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BTS 병역특례 찬반, 가려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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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중고생 자녀가 학교 공부보다 노래에 푹 빠져 있다면. 보통의 부모는 어떤 생각을 할까. ‘어렵게 뒷바라지했더니, 하려는 게 고작 딴따라야?’ 한숨을 푹푹 쉬며 걱정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노래 부르는 직업은 품위가 낮고 속된 일이라는 생각이 부정적 인식의 근원이다. 만약 자녀가 심취해 있는 분야가 대중음악이 아닌 성악이라면 어떨까. 우려는커녕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문화·예술에 관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설정해 놓고 있다. 노래도 다 같은 노래가 아니라는 생각. 문화·예술 분야의 서열 매기기는 오랜 세월 이어진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성악이 대중음악보다 예술적으로 우월하다는 근거는 모호하다.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은 낡은 생각일 뿐이다.


문제는 대중의 생각을 넘어 법과 제도에도 이런 비뚤어진 인식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병역법 제33조에 규정된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 제도에 관한 얘기다.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요원은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특기자를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방탄소년단(BTS) 병역 특례를 둘러싼 찬반 논쟁도 이와 관련이 있다. BTS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1위를 차지했다. 2021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는 ‘톱 셀링 송’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른 바 있다. 경제적인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BTS 콘서트 1회당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 효과를 낳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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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입대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BTS의 음악적·경제적 성과와 기여를 고려할 때 군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과 인기가 많다고 군 면제를 시켜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양쪽 주장 모두 경청할 부분은 있지만 논란의 본질을 가릴 우려도 있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바로 잡으면 병역 면제가 아니라 병역 특례가 올바른 표현이다. 예술요원도 군사교육소집 대상이며, 군사훈련도 받아야 한다.


이번 논란에서 잊지 말아야 할 지점은 예술요원 선발 과정에서 대중음악을 홀대하고 있는 현실이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내외 42개 대회 수상자(국제대회는 2위 이상, 국내는 1위)는 예술요원 편입 대상이다.


편입 인정대회는 28개 국제음악경연대회, 9개 국제무용경연대회, 5개 국내경연대회 등이 있다. 국제 음악·무용 경연대회 가운데 국내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각각 3개씩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의 권위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다만 국위 선양이라는 병역 특례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음악 경연대회 부문의 경우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 순수음악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대중음악은 국제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올려도 병역 특례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예술요원 선발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관건은 대중음악 성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기준이다. 기준이 마련되는 것을 전제로 예술요원 편입 대상은 조정돼야 한다. 공론화 과정과 법안 처리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할 때 BTS 일부 멤버는 예술요원 대상에서 제외될지도 모른다.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사회적인 의미는 그대로 남아 있다.


국방의 의무를 준수하면서 대중음악 예술요원 편입의 물꼬를 트는 역할. BTS는 문화·예술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깨뜨리는 데 기여한 대중음악인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류정민 문화스포츠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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