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회사 생활로 고통 받는 12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해외 파견으로 가족과 멀어지고, 직장 생활을 하며 점점 기쁨도 슬픔도 느낄 수 없는 무채색 인간이 되어가고, 고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들을 지시받거나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 큰돈을 투자했다 모두 잃는 등 회사 생활을 하며 받을 수 있는 온갖 고통들을 겪은 그들은 책을 읽으며 이 모든 것을 이겨낸다. '변신', '닫힌 방', '호밀밭의 파수꾼', '자기만의 방', '공정하다는 착각' 등의 책부터 '짱구는 못 말려' 같은 애니메이션까지. 그들은 이 이야기들 속에서 끔찍한 회사 생활을 견뎌낼 방법을 찾아낸다.

[책 한 모금] 12인의 직장 고통 극복기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 대리는 슬펐다. 벌레로 변해서까지 지각과 사장님의 꾸지람을 걱정하는 회사원. 자신도 바로 그러한 회사원이라는 사실에 우울해졌다. 회사원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 최 대리는 자신의 팔다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_21쪽, 〈늦잠을 자 놓고 가족에게 성질을 내버렸다〉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퀴벌레는 죽어 마땅한 최악의 존재가 된다.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바퀴벌레는 뭐라고 할까? 단박에 이렇게 묻지 않을까?

“니가 뭔데? 인간이 뭔데? 나랑 뭐가 다른데?” _26쪽, 〈늦잠을 자 놓고 가족에게 성질을 내버렸다〉


닫힌 줄 알았던 문은 실상 열려 있다. 저건 항상 닫혀 있다고 지레짐작하고 열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나 자신이다. 김 과장은 이제 걸어 나가기로 했다. _51쪽,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겠단다〉

사람들은 가끔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우울해질 때도 있는 거지’, ‘먹고살려면 참아야지’, ‘내가 유난인가?’하는 생각들로 이 우울한 순간을 넘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가볍게 넘긴 우울감은 사라지지 않고 당신 안에 차곡차곡 쌓여 언제든 당신을 무너트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_55쪽, 〈승진 누락 이후 우울이 밀려왔다〉


이 차장도 이 책을 좋아한다. 성장소설이라 사춘기 청소년들에게나 어울릴법한 이 책을 그는 마흔 줄이 넘어 여러 번 읽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차장이 어떤 유명인을 총으로 죽일 계획을 가진 건 아니다. 물론 가끔 그런 생각이 불쑥 드는 것까지 부인할 순 없지만, 자기를 아무리 저주하는 회사 상사라도 진짜 죽일 생각은 없다. _56쪽, 〈승진 누락 이후 우울이 밀려왔다〉

AD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 박윤진 지음 | 한빛비즈 | 312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