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각오로 싸운다" 소련 전투기로 러시아 신예기 막은 우크라 파일럿들
美 전쟁 연구소 놀라움 표해
"러시아 제공권 실패, 설명할 수 없다"
구(舊) 소련제 미사일·전투기 맹활약
파일럿들 '결사항전' 의지도 핵심 역할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우크라이나를 4주째 침공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여전히 공중을 장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무장한 구(舊)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전투기와 방공미사일이 러시아의 신예 전투기를 쫓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죽음을 각오하고 러시아군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 파일럿들의 의지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매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공군의 일일 소티(sortie·항공기가 임무를 위해 이륙한 횟수)는 평균 200회에 이른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하루 5~10회 출격하고 있다. 두 나라의 공군력 격차는 러시아군 600대, 우크라이나군 55대 수준으로 10배를 상회한다.
이런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제공권(Air superiority)' 장악을 선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항공기 97대를 격추했다.
공중 전력과 지상군의 유기적 결합을 중요시하는 현대전에서 제공권은 전쟁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군대에 따라 세세한 정의가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제공권은 '공중에서 위협을 맞닥뜨리지 않고 작전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군사 전문가들 예상 뛰어넘은 우크라 공중 항전
당초 서구 군사 전문가들은 개전 이후 2~3일 안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하늘을 장악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공군의 항전이 지속되면서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표한 바 있다. 지난 5일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일일 보고에서 "러시아의 제공권 장악 실패는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ISW는 현재 이에 대해 어떤 설명도 제공할 수 없다"라고 시인했다. 우크라이나의 성공적인 분투는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는 뜻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공군의 장비는 구 소련 시절 만들어진 게 대부분이다. 1980년대에 제작된 수호이(Su)-27이 대표적이다. 반면 러시아는 최신예 현대 기체인 Su-30/35 등으로 무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방공 체계가 아직 제대로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항공기를 저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NYT에 "우리 영공으로 날아오는 적군은 우리 방공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 영토에서 작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공중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해 왔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유럽 등이 보낸 서구제 견착식 방공 미사일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무 임한다" 우크라 파일럿 '결사항전'
또 다른 변수는 우크라이나 파일럿의 뛰어난 조종 기술과 투혼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상공에서는 양측 전투기의 '도그 파이트(dog fight·근접전)'가 펼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멀리서 레이다를 통해 적군을 포착한 뒤 미사일을 쏘는 방식이 아니라, 가시거리에서 육안으로 적을 뒤쫓으며 대응하는 방식의 전투다. 수십년 전 제작된 전투기 파일럿으로서는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고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Su-27을 조종하는 한 20대 우크라이나 파일럿은 NYT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슨 명령이 떨어질지도 모른 채 밤마다 출격한다. 항상 5배는 많은 적에 둘러싸여 있다"라며 러시아 전투기가 빠르게 연료를 소진하도록 일부러 협곡같은 험한 지형으로 유인한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본부에서 '상대가 미사일을 쐈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육안으로 보고 조준한 적도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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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험한 전투 방식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측 파일럿도 목숨을 잃고 있다. 이 파일럿은 "나보다 유능한 동료도 이미 많이 죽었다"라며 "우리는 항상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라는 심정으로 출격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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