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소위 좌파정부의 등장은 보수정권의 기득권에 대한 반작용의 산물이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으나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양대 정당의 1:1 구도로 나타났습니다.
국론이 확연히 둘로 갈라져 있음이 입증된 것입니다. 지난 5년보다 더한 정치적 혼란이걱정됩니다. 국민의힘은 좌파정부의이념정치로 국민들이 고생한 원죄가 자신들에게도 있음을 반성하고 공정과 상식의나라로 돌려놓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현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거대한 실험을 했습니다. 의도치 않게도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업적은 이념정치의 실상을 국민들이 삶 속에서 경험하게 해주었다는데 있습니다. 국민들이 큰 수업료를 내고 배운 소중한 공부입니다. 돈 내고 배우는 건 한번으로 족합니다. 두번 배우면 바보라고 합니다.
우파정부시절 국민들이 터득한 건 ‘노동자 없이 기업이 살 수 없다’는 것이고, 좌파시절엔 ‘기업 없이 노동자가 살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새 정부는 정책결정을 하는데 이 실험결과를 갖다 쓸 부분이 많을 겁니다. 딴 마음만 안 먹으면 국민의 동의를 받기쉬운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나라 이름에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반영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독재란 하나의 권력이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을 장악한 상태를 말합니다. 독재를 합리화하는 과정을 뜻하는 정치공학이라는 용어는 소비에트연방사회주의공화국(구소련)시절에 나왔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헌법에는 인민민주독재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에 인민의 정당인 공산당이 삼권보다 위에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지금 중국에서는 노동자들의 집회를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산당엘리트들이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로 유지되어 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요 세상사의 진면목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인은 인민이 아니라 세습군주입니다.
군부독재가 신체적 위해를 가한다고 한다면, 법가들의 독재는 흔적도 없이 국민들의 심신을 골병들게 합니다. 제21대국회가 구성된 후 법을 안다는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자 입법독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이게 합법의 탈을 쓴 독재로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망가진삼권분립의 틀을 바로잡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습니다.
지금 대통령도 다음 대통령도 대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많은 법적 다툼이 있을 것이어서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에 대하여 국민들이 마지막 믿을 곳이라곤 사법부뿐입니다. 그만큼 그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고 그 중에서도 마지막 심판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입니다.
마이클 샌델의 책‘정의란 무엇인가’의 원제목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 ‘정의: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입니다.한국에서 유독 많이 읽혔다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의에 대하여 여러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정의(正義 Justice)에 대한 정의(定義 Definition)는 주관적이기 때문일겁니다.
운동경기의 심판을 Judge라 하고, 판사도 Judge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대법관은 Justice라 부릅니다. 국민들은 그들이 정의로운 판단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대통령이지만, 법적 다툼의 최종결정자는 대법관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 헌법상의 기구는 헌법재판소입니다. 머리에 구르프를 한 채 출근한 헌재소장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결정주문을 읽는 순간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 속에 있습니다.
2017년 8월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명을 받은 다음 날 고속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왔습니다. “31년 재판만 한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드리겠다”고 했습니다. 2018년 9월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권력의 어떠한 압력에도 끝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고 법관의 독립을 수호했던 초대 대법원장의 기개를 다시금 생각….저와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금년이 새로운 70년의 역사를 시작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법관 선서문을 다시 한 번 읽어 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결기는 거기까지였습니다.
2020년4월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국회에서 180석을 차지했습니다.한달 뒤 대법원장은 사의를 표명한 임아무개 판사에게 “톡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했습니다.임아무개판사의 위법 여부를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국회가 설친다고 사법적 판단을 국회로 넘기는 것은 삼권분립의 뿌리를 뽑은 것입니다. 대한민국 대법원장의 행위로서는 어떤 이유로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치욕스러운 역사가 된 이 말은 법원 로비에 걸어 놓고 판사들이 출근하면서 법관선서문과 함께 읽도록 해야 합니다.
현 정부의 첫 총리는 취임사에서 “공무원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판사는 행정부 공무원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헌법보다 촛불에 판단의 초점을 맞췄던 것 같습니다. 2019년 깜짝발탁된 검찰총장은 행정부 공무원이지만 살아있는 권력보다 헌법의 도구로서 일했습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비난받던 그 검찰총장은 3년뒤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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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들이 특정이념이나 권력과 돈에 흔들렸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립니다. 이제 국민을 섬기겠다는 정권이 들어섰으니 대법원장은 이번에는 국민을 섬기는 재판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가장 바람직한 것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지만 지난 행적을 보면 자기발로 나갈 용기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피청구인 대법원장 ㅇㅇㅇ를 파면한다”는 생방송이 전세계로 나가는 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온 나라가 다 썩어도 국민들이 마지막 기댈 곳은 대법원뿐입니다. 설마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대법관 13명을 못 채우겠습니까. 그리고 대법원장 공관에 만들었다는 손자놀이터 만든 비용과 원상복구비는 누가 지불할지 함께 지켜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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