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vs 메타' 치열한 공방戰 뒤엔 마크 저커버그가 없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각각 서한을 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페이스북에 러시아 국영 미디어가 게재하는 콘텐츠 게재를 막고 러시아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도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한에 답장을 보낸 인물은 저커버그 CEO나 샌드버그 COO가 아니었다. 바로 한달 전 메타의 글로벌 이슈 총 책임자를 맡게 된 영국 부총리 출신의 닉 클레그 사장이었다. 이미 젤린스키 대통령과 수개월 전 영상 통화를 한 바 있는 그는 메타가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 미디어의 콘텐츠를 막을 순 있으나 러시아 내 사업을 접는 것은 정보 전달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어렵다고 답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응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클레그 사장이 첫 시험대에 섰다. 저커버그 CEO 대신 메타의 글로벌 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 지 한달 만에 대형 이슈가 터진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메타의 러시아 관련 문제는 마크 저커버그가 아닌 닉 클레그가 맡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클레그 사장의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행보를 정리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클레그 사장이 젤렌스키 대통령 측과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이에 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과의 관계는 덜 협조적"이라고 전했다.
클레그 사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뒤 러시아 정부 관계자와도 접촉했다. 러시아 정부 측에서 페이스북에 러시아 국영 미디어가 올리는 콘텐츠에 대해 팩트체크 포스트를 게재하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요구했지만 클레그 사장은 이를 거부했고 러시아 정부는 압박을 지속하다가 이후 자국 내에서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막아버렸다.
이러한 공방은 메타와 러시아 정부가 서로 주고 받은 결정들에서 확인 가능했다. 메타는 지난달 25일 러시아 국영 미디어를 상대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강등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이달 초 자국 국영 매체 차별 또는 허위 정보 유포를 이유로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했다. 지난 10일에는 메타가 '러시아 침략자들에게 죽음을'과 같은 푸틴 대통령과 관련한 혐오 표현을 일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히자 곧바로 러시아 정부에서 거세게 반발, 이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수사에 나섰다. 그러자 메타는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촉구하는 게시물은 사용할 수 없다고 다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SNS가 이번 사태에 미칠 영향은 계속해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심에 메타가 있으며 메타의 대응책을 내놓을 클레그 사장의 판단이 다른 SNS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페이스북에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으로 합류한 클레그 사장은 현재 메타의 핵심 인물 중 하나다. 한달 전 저커버그 CEO가 그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자신과 샌드버그 COO와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메타의 핵심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클레그 사장은 올해 초 1230만달러(약 1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받는 등 막대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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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저커버그 CEO가 클레그 사장에게 글로벌 정책 이슈를 모두 맡긴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겉으로 보여지기만 하는 행위일 뿐 실질적으론 변화가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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