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88% "주총준비 어려워져"
女 사외이사 교수·법조인 쏠림…선정 '어려움'
"총수 처벌만은 막아야"…중처법에 기업들 '발등의불'

주주행동주의에 女 사외이사·중대재해까지…올해 기업 주총 '바쁨'(종합)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유현석 기자, 문채석 기자, 정동훈 기자] 이달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장사 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준비 움직임이 바빴고 험난했다.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되고 있고 있는 상황에 ‘동학개미’들마저 목소리를 키우면서 기업들이 대응하기에 더욱 까다로워졌다. 사업보고서 사전제공,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단계적 의무화, 소액주주의 정보요구 증가 등 정보 개방성 확대로 인해 기업 실무자가 주총 준비과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행정 부담도 높아졌다. 올해 주총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여성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배당 확대 요구 강화 등 안건으로 상정해야 하는 이슈들도 많아졌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강화된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배당 강화나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면서다. 여기에 여성 사외이사 영입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슈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강화되는 주주행동주의= 14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S의 주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될 예정이다. 17일에는 삼성SDI 등 20개사, 25일에는 금호석유화학 등 361개사, 29일에는 LG, 카카오 등 407개사가 주총을 연다.


올해 대다수의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주총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336개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8.4%가 ‘과거보다 주총 준비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사업보고서 사전 공시 의무화와 소액주주의 정보 요구 증가 등으로 주총 준비 과정에서 행정 부담이 커진 데다 주주행동주의가 강화되면서 대응에도 고심이 늘어난 영향이다. 주주행동주의란 주주가 배당금이나 시세 차익에만 관심을 두던 것에서 벗어나 경영의 지배구조까지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입장을 말한다.

올해도 여러 기업이 주주 서한을 받고 있다. 8.6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 측은 삼성전자의 주총에서 경계현 DS 부문장·박학규 DX 부문 경영지원실장의 사내이사 선임,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경계현·박학규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김한조·김종훈 후보는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 등이 주요 이유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에 배당 확대와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보유주식 1주당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KCGI도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과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미국 사모펀드 테톤캐피털파트너스도 한샘에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1인 선임을 안건을 제안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자산운용사인 에이피지는 지난달 국내 기업 10곳을 ‘기후 포커스 그룹’으로 선정해 탄소배출 감축 실행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제철, SK, SK하이닉스, LG화학,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이다.


이 같은 주주행동주의 강화는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기업의 배당이나 실적 및 지배구조를 지적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 무분별한 주주행동주의 강화는 오히려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영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계에선 주주행동주의 시행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나 동일인이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이사 선출 어려움과 단기차익 노린 소위 ‘세력’들의 경영권 침해 등도 걱정스럽지만 최악은 소송전"이라며 "대표가 소송에 휘말려 경영 의사 결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대한상의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주총 애로 요인과 주주 활동 변화’를 조사한 결과 상장사 중 68.2%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으로 이미 어려움을 경험했거나 현재 겪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3%룰의 문제점으로 ▲이사 선출 부결 가능성 ▲비우호적 인물의 이사회 진출 가능성 ▲단기차익 관심 높은 소액주주들의 경영 관여 가능성 등을 꼽았다. 3%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이사회에 설치되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소액주주 권익 제고를 이유로 도입된 법·제도다.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만큼 업종에 따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성장이든지 새로운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배당과 같은 것들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투자로 연결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무분별한 요구는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헤치는 요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주행동주의에 女 사외이사·중대재해까지…올해 기업 주총 '바쁨'(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여성 사외이사 찾습니다=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고심되는 부분이다. 여전히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적고 인력 풀이 마련되지 않은 한계 때문이다. 대부분 외부 영입이지만 교수와 법조인 중심의 쏠림 현상에 타사 겸직도 많아 선정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석좌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박재완 이사회 의장의 임기 만료로 교체 이슈가 생기면서 사상 첫 여성 이사회 의장 탄생 여부도 관심사다. 4년째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선욱 전 법제처장(전 이화여대 총장)이 이사회 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삼성전기와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주총에서 각각 이윤정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LG그룹에서는 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이 오는 23일 주총에서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현주 카이스트 교수·조화순 연세대 교수를, LG디스플레이는 강정혜 서울시립대 교수를, LG이노텍은 이희정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현대중공업그룹도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일렉트릭 등 5곳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 한화시스템·LX인터내셔널도 창사 이래 첫 사외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 관계자는 "이달 주총에서 신규로 선임하는 사외이사 중 여성 비중은 약 43%에 달한다"며 "신규 선임 사외이사 이력은 교수가 43.3%로 가장 많고 이어 관료(22.1%), 재계(18.3%) 출신 순"이라고 전했다.


주주행동주의에 女 사외이사·중대재해까지…올해 기업 주총 '바쁨'(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뜨거운 감자 중대재해처벌법=지난 1월 법 시행으로 안전 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이 가능해지면서 주요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업들은 ‘총수 처벌만은 막자’며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지정하고 단독 대표 체제를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등 ‘위험 분산’에 한창인 상태다.


지난해 정치권 압박과 정부 시행령 입법예고 등부터 꾸준히 조직과 인력을 준비해왔지만 주총 시즌에 투자가들이 위험 관리를 위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주총 시즌을 잘 치러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안건으로 정식 등재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주주서한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안전보건 문제로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신용평가사 등도 산재 리스크 관리를 주요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안전보건담당자’를 놓고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선임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 및 사업주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안전보건담당자들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번 주총 시즌을 통해 사내·등기이사 등으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대표기업인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된 이달 2일 포스코의 창립총회에서 김지용 안전환경본부장(부사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했다. 김 본부장은 CSO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주총을 앞두고 지난 1월 전사 CSO를 맡을 안전기획실장에 노진율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차원에서 ▲안전부문 인력 20% 증원 ▲현장 유해요인 확인과 개선을 위한 신규 위험성 평가시스템 구축 ▲고위험 공정 종사자 대상 체험 ▲실습형 안전교육 강화 등 안전 담당 조직을 강화하고 인프라 구축 및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미 주총을 마친 GS칼텍스의 경우 이두희 최고안전책임자·각자대표 겸 생산본부장을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AD

다만 업종을 불문하고 산업재해사고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에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CEO 입건을 현실화하고 있는 데다 여전히 처벌 및 책임 주체가 모호해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황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법 기준 때문에 의무 주체, 의무 이행, 대상 범위 식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국에서 일시적으로 안전인력 수요가 증가해 전문가 수급이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