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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4' 고교 축구경기가 조작? 法 "의심되나 증거 부족" [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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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 대한축구협회 상대 '징계의결 무효확인 소송'… 1심 승소

2019년 고교 축구 대회 승부조작 의혹을 받는 감독 2명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의결 무효확인 소송 1심에서 최근 승소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2019년 고교 축구 대회 승부조작 의혹을 받는 감독 2명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의결 무효확인 소송 1심에서 최근 승소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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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8월15일 경남 합천에서 제55회 추계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의 일환으로 열린 경기. 당시 A 감독과 B 감독은 각각 C 고등학교와 D 고등학교의 사령탑으로, 4개 고교가 소속된 조에 2개만 부여된 '16강 진출권'을 따내야 할 상황이었다.


C고는 전반에만 3골을 넣으며 D고를 몰아쳤다. 하지만 후반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D고는 경기 54분 패널티킥 득점을 시작으로 약 20분 만에 무려 4골(54분, 55분, 70분, 71분)을 넣어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직후 '승부조작' 의혹이 일었다. C고가 D고를 위해 일부러 져주기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두 학교는 승점 및 득실차 점수 합계에 따라 같은 조의 다른 학교들을 제치고 함께 16강에 진출했다.


이 경기를 지켜본 감독관은 이튿날 새벽 2시30분께 다음 보고서를 작성했다.

<비정상적인 경기내용>

- 본 경기 전반 34분 C고가 0:2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C고가 10여분간 총 7명을 1학년 선수로 교체.

- 후반 56분경부터 C고 수비 선수들이 D고 공격 시 적극적인 플레이 없이 따라가는 시늉만 자주 보임.

- 71분경 볼을 소유한 C고 골키퍼는 주변에 자기 팀 선수들 많음에도 상대 공격선수 있는 방향으로 패스해 4번째 실점을 허용함.

- 상기 정황으로 본 감독관 견해로 비정상적인 경기로 사료됨.

경기를 지켜본 심판과 학부모, 축구 관계자들의 의견도 이 같은 의혹에 힘을 보탰다. 경기의 심판들은 고교연맹의 조사 과정에서 "경기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심판을 보면서 이런 사례가 없었다. 이런 게 승부조작 정황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교연맹 측이 수차례 심의 끝에 내린 처분을 토대로, 대한축구협회(KFA)는 2020년 5월21일 '승부조작 및 명예 실추'를 징계사유로 두 감독에게 '자격정지 7년'을 의결했다.

감독들 "승부조작 아니다"… 징계 반발해 소송제기

하지만 A 감독과 B 감독은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고, 축구단체 또는 축구인의 명예를 실추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며 징계에 불복하고, KFA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KFA는 반면 "정당한 징계 처분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감독관의 경기보고서와 심판 및 학부모의 진술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D고 선수의 증언이라며 관련 녹음본도 함께 제출했는데 여기엔 "B 감독이 '수비들이 비켜줄 테니까 들어가서 득점하라'고 지시했다"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이기선)는 약 1년 반에 걸친 심리 끝에 최근 1심 결론을 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징계처분은 무효다"며 두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의심들긴 하지만, 증거 부족… KFA 증명도 부실"

"D고의 본선 토너먼트 진출을 목적으로 경기 결과를 조작한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판사)


직접 경기 영상을 시청한 재판부도 경기 내용에 여러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고 봤다. 특히 "총 7명을 1학년 선수로 바꿔 교체 숫자를 전부 사용하고, 수비수들의 소극적이고 위험한 플레이 등으로 4점을 연속 실점하고도 전술 병경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당시 경기의 영상이다.(https://youtu.be/sENfDEK0AWI)


그)럼에도 재판부는 "KFA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승부조작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A 감독이 C고 선수들에게 '의도적으로 태만한 플레이나 실수를 해서 점수를 내줘라'란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하는데,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심판평가관이 KFA 공정위원회에서 "C고는 기본기가 굉장히 잘 돼 있어 원래 1학년이 뛰어도 훨씬 잘한다"고 진술한 점도 이 같은 판결의 근거가 됐다. 제출된 녹음본에 대해선 "실제 D고 선수가 한 말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KFA의 증명이 부실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KFA가) 의미 있는 증거들을 제출하지 않았고,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증인 소환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그 진위 불명으로 인한 불이익은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KFA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아직 항소장 제출 기간이 남은 만큼, KFA 측은 상소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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