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환입니다. 5억까지 불려드려요" 파랗게 질린 계좌에 멘탈 털린 개미 노린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삼프로티비 염승환입니다. 아무나 드리는 정보가 아닙니다. 대선 관련 진짜 마지막 테마주입니다. 10배 이상 폭등합니다. 손실 보시게 된다면 1억원 보상해드립니다. 대선 이후 계좌잔고 5억원 이상까지 불려드리겠습니다."
유명한 애널리스트, 주요 증권사를 사칭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낚아채는 사기 행위가 기승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 열풍에 뛰어든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정보를 모색하는 점을 노린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시장 부진으로 소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짧은 주식 경력·경험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하기 위한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 1일 개인 투자자들에게 '염승환입니다'라는 문구의 메시지가 뿌려졌다. '염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염 연구원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이사다. 구독자 190만명을 보유한 유명 경제 유튜브 '삼프로TV'에도 자주 출연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염승환 이름으로 속인 메시지에는 그의 소속 이베스트투자증권', '삼프로TV' 등으로 밝히며 하단에는 의심스러운 URL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를 받고 URL을 클릭하는 개인 투자자들이다. 2일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아 염승환 이름을 사칭한 메시지가 뿌려졌다. 메시지 속에 500~600명 모집한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수백명 이상에게 스팸 메시지가 발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고작 주식 투자 경험이 2개월에 불과한 20대 대학생 김 모씨는 "삼프로TV를 자주 즐겨보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유명한 염블리의 투자 조언을 잘 듣는 편이라 나도 모르게 URL을 클릭해 주식 리딩방에 입장하게 됐다"면서 " 다행히 눈치채고 바로 나왔지만 이미 1000여명이 넘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대신증권의 유명 애널리스트 문남중 연구원을 사칭하는 문자도 많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글로벌 전략을 담당하는 데다 각종 유튜브 채널 등에도 잇따라 출연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에 잘 알려진 전문가다. 증권사 사칭도 활개다. 교묘하게 이름을 살짝 바꿔 개인 투자자들을 속인다. 키움증권은 '키움투자증권'으로, 신한금융투자는 '신한투자닷컴'으로 사기행각을 벌인다.
문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사기 행위"라고 밝히면서 "각별한 주위를 바란다"고 당부 메시지를 알릴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칭이 잇따르면서 브랜드 이미지 저하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주의를 당부하는 정도가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전했다. 명의 및 사진 도용을 통한 리딩방 사기는 애널리스트 본인이 직접 각 건별로 카카오톡 등에 신고해야 방을 차단할 수 있다. 신고받아 일괄 폐쇄를 해도 다시 도용되는 경우도 잦다. 사실상 원천 차단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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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지난해 5월 리딩방을 운영하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리딩방에서 1대1 상담이 이뤄지는지 점검을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쉽지 않다. 게다가 불법 영업 단속을 위해 배정된 예산은 고작 2000만원에 불과하다. 고객인 것처럼 속여 리딩방에 가입해야 불법 행위를 확인하는 게 가능한데, 리딩방 평균 계약금액이 수백만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리딩방 몇개 가입비 밖에 안나온다. 결국 정식 투자자문 회사인 걸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 자체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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