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LTCM 사태 재연?…'러시아 국채 투자' 英헤지펀드 대규모 손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영국 런던 소재 헤지펀드 파로 매니지먼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채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고 결국 파산한 미국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52억달러(약 6조2608억원)를 운용하는 파로의 가이아 퍼드는 지난달 10.7% 손실을 입었다. 43억달러를 운용하는 파로의 또 다른 매크로 펀드는 2.9% 손해를 봤다.
파로의 전체 운용 자산은 약 110억달러다. 외신은 파로의 운용 자산 규모가 전 세계 신흥시장 헤지펀드 중에서는 손꼽히는 수준이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위기로 곤경에 빠진 펀드 중에서는 파로가 가장 유명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파로의 가이아 펀드는 2008년 설정 후 딱 한 번 연간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금까지 연 평균 수익률은 11%에 육박한다. 매크로 펀드는 2005년 설정 후 두 차례 연 손실을 기록했으며 연 평균 수익률은 9.2%를 기록 중이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국채 가격은 급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10년 만기 달러 표시 국채 가격은 2월 초 달러당 86센트였으나 최근 달러당 26센트로 떨어졌다. 러시아의 25년 만기 채권도 달러당 110센에서 달러당 20센트로 급락했다. 두 채권의 가격은 모두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매우 높다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국채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의 보증료율(5년물)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15%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았던 때에는 6%를 넘는 수준에 그쳤지만 지금은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만큼 부도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회사채 등을 포함한 러시아의 대외채무 중 30%에 약간 못 미치는 1350억달러의 만기가 1년 이내라며 러시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헤지펀드는 올해 들어 2월까지 평균 1.8% 손실을 기록 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채 가격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현재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자산 규모가 40억유로 이상인 펀드에서의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런던 소재 또 다른 헤지펀드인 아미아 캐피털도 우크라이나 국채 등에 투자했으며 올해 한 자릿수 중반 정도의 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관계자가 전했다.
헤지펀드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LTCM 사태의 재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98년은 러시아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한 해다. 그해 러시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0%를 웃돌았고 국내총생산(GDP)은 5.3% 감소했다. 러시아 국채에 대규모 투자했던 LTCM은 러시아 국채 손실을 감당하지 못 하고 2000년 청산됐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LTCM 대규모 손실에 따른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월가 14개 은행이 LTCM 구제금융하도록 중재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36억달러를 LTCM에 지원했다. Fed도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며 위기 진화에 나섰다. 1998년 9월 5.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그해 11월 4.75%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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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협회의 엘리마 리바코바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러시아 GDP가 최소 10% 줄 것이라며 1998년보다 상황이 더 나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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