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구조조정’ 인식 갇힌 한국…미래 못 그린다(종합)
한국 M&A, 일본 3분의1 수준에 주요국 평균 크게 밑돌아
'인수합병은 성장 발판'이라는 인식 여전히 부족
해외엔 없는 지주사 지분규제 등 걸림돌 많아 M&A 생태계 조성 취약
주요국 반독점규제 장벽 높이면서 삼성전자 등 대형 인수합병 차질 가능성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김진호 기자] 한국 기업들이 해외 주요국 기업보다 인수합병(M&A)이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M&A를 산업 성장의 측면이 아닌 ‘구조조정’으로 간주해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영향이 크다. 해외 주요 기업들이 활발한 M&A를 통해 외형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정부 지원은커녕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시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이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M&A를 막아서는 등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도 불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갈수록 높아지는 반기업 규제와 글로벌 인수 장벽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는 모습이다.
◇까다로운 규제에…한국 M&A 일본 3분의1= ‘3202vs1063’. 지난 10년 간 일본과 한국 기업의 글로벌 인수·합병(M&A) 건수다. 한국 기업의 M&A가 경쟁국인 일본의 3분의1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투자가 상대적으로 저조해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는 헬스케어 등의 신산업 M&A는 실적이 전무했다. 우리나라의 강도 높은 기업 규제가 이같은 위기 현상을 낳았다는 점에서 과감한 규제 완화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한국 매출 100대 비금융 기업의 M&A 건수는 1063건으로 미국·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 G5 평균(2598건)의 41% 수준에 불과했다. G5중에서는 미국(3350건)과 일본(3202건)이 3000건을 넘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한국에 비해 3배나 많은 규모다.
일본이 3202건으로 뒤를 이었고 프랑스(2764건), 독일(1967건), 영국(1707건) 등 순이었다. 한국의 경우 G5 최하위인 영국과 비교해서도 62% 수준에 그쳤다.
금액 격차도 컸다. 같은 기간 한국의 M&A 금액은 2737억달러로 G5 평균(1조933억달러)의 25%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은 2조8815억달러로 한국의 10배가 넘었고 일본(8847억달러)도 3배 많았다. 한국은 G5 최하위인 프랑스(5262억원)와 비교해도 절반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M&A는 대부분 산업재 등 기존 산업에만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케어 등 이른바 미래 먹거리 ‘신사업’ 분야의 M&A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속에서 한국기업들은 생존 통로가 막혀 경쟁력 확보에 뒤쳐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M&A는 구조조정’… 과거에 발목잡힌 韓= 한국이 지난 10년 간 M&A 시장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둔 것은 국내의 M&A 규제나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 자국 내에서 활발한 M&A를 거친 뒤 몸집을 키우고 이후 글로벌 대형 M&A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 성장 동력을 확보했지만 한국은 이 같은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법인의 기업 M&A 체결 건수는 총 141건에 불과했다. 전년(121건)보다 증가했지만 최근 5년 간 120~140건 안팎에 머물며 횡보했다. 그나마 대부분 계열사 간 거래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년 간 이뤄진 국내 M&A 대부분 계열사 거래 비중이 높아 전체의 50%를 차지했다. 4차 산업시대에서 M&A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업종 간 M&A가 보다 활성화돼야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M&A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자본은 물론, 시장 참여자에 대한 개방이 보다 활성화돼야 하지만 이 역시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정부에 꾸준히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여론 눈치보기 끝에 2020년 말이 돼서야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이 개정됐다.
지주회사의 계열 편입규제로 인해 지분매입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점도 M&A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SK SK close 증권정보 034730 KOSPI 현재가 503,000 전일대비 38,000 등락률 -7.02% 거래량 245,797 전일가 541,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SK, 소셜벤처 육성 프로그램 출범…스케일업 지원 프로그램 마련 與, 정년연장 상반기 법제화 예고…"일률 강제 안돼" SK, SK에코플랜트 재무적투자자 지분 4000억원 매입 의 메디슨 인수 포기다. SK SK close 증권정보 034730 KOSPI 현재가 503,000 전일대비 38,000 등락률 -7.02% 거래량 245,797 전일가 541,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SK, 소셜벤처 육성 프로그램 출범…스케일업 지원 프로그램 마련 與, 정년연장 상반기 법제화 예고…"일률 강제 안돼" SK, SK에코플랜트 재무적투자자 지분 4000억원 매입 는 2010년 의욕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던 의료장비업체 메디슨 인수를 포기했다. 공정거래법상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40%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데 당시 주주갈등 등으로 지분 확보가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12년이 흐른 현재도 M&A 환경은 녹록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close 증권정보 020560 KOSPI 현재가 7,370 전일대비 500 등락률 -6.35% 거래량 332,189 전일가 7,87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아시아나항공, 1분기 영업손실 1013억원…"통합 준비·화물 매각 영향" 통합 대한항공 12월17일 출범…5년6개월 만 대한항공·아시아나, 어린이·청소년 항공 진로 특강 봉사 M&A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 대한항공 close 증권정보 003490 KOSPI 현재가 26,050 전일대비 1,250 등락률 -4.58% 거래량 2,368,660 전일가 27,3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통합 대한항공 12월17일 출범…5년6개월 만 대한항공, 美 캘리포니아 과학 센터에 '보잉 747' 전시장 공개 "숨어있던 마일리지 찾으면 시드니 항공권 응모"…대한항공, 회원정보 업데이트 독려 은 공정위의 주요노선 반납 조건에 막혀 기업 결합을 통한 재도약 비전이 오히려 노선 반납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위기로 이어질 위기에 놓인 상태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해외에는 지주사의 (손)자회사 지분율 규제가 없지만 한국만 강력한 규제가 적용된다"며 "M&A를 구조조정이 아닌 기업과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동반 성장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한 제도적 보완 및 손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美·EU, 반도체·첨단산업 문 걸어잠근다= ‘한국이 국내외에서 더딘 M&A 행보를 보이는 사이 미국과 EU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대한 M&A를 잇달아 방어하며 패권 경쟁을 본격화했다.
‘세기의 딜’로 불린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합병은 발표 1년 반 만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국과 영국, EU 주요 당국의 반독점 규제 칼날에 부딪히면서다.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가 독일 실트로닉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지난달 독일 정부가 끝내 승인을 거부하면서 백지화됐다.
주요국들은 반도체 분야를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을 국가 안보와 동일시하며 자국 기업에 대한 인수를 막아서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이 각각 반도체 분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자국 첨단산업 육성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올해 ‘의미 있는’ M&A를 예고한 삼성전자 삼성전자 close 증권정보 005930 KOSPI 현재가 270,500 전일대비 25,500 등락률 -8.61% 거래량 38,075,487 전일가 296,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삼성그룹 노조 '영업익 연동 성과급 요구', 주식회사 법리 위배" 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도 해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close 증권정보 005930 KOSPI 현재가 270,500 전일대비 25,500 등락률 -8.61% 거래량 38,075,487 전일가 296,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삼성그룹 노조 '영업익 연동 성과급 요구', 주식회사 법리 위배" 는 약 120조원 규모의 현금 실탄을 발판으로 시스템반도체나 전장사업 M&A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각국이 반독점 규제와 기술 안보를 이유로 문을 걸어잠그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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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해외 기업의 자국 기업 M&A에 대한 각국의 규제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 삼성전자 삼성전자 close 증권정보 005930 KOSPI 현재가 270,500 전일대비 25,500 등락률 -8.61% 거래량 38,075,487 전일가 296,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삼성그룹 노조 '영업익 연동 성과급 요구', 주식회사 법리 위배" 를 비롯한 국내 기업의 초대형 M&A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중소형·혁신 신생기업 등에 대한 인수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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