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공약인지도 모를 민생잡기용 '마이크로 공약' 남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권현지 기자]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각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깨알 민생정책’이다. 세대·특정 집단을 겨냥한 생활밀착형 맞춤공약들로 표심 구석구석을 훑겠다는 것인데, 거대담론 없이 난무하는 ‘마이크로 정책’ 속에서 자칫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이목끌기에 급급하다보니 공약 자체마저 닮은꼴이 돼간다는 지적이다.

[대선 D-한달 공약분석]'깨알 민생정책' 李 61개 vs 尹 50개…닮은꼴 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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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아시아경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생활밀착형 공약을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 확대·전기차 지원·중소기업 근로자 지원·친환경 개선·여가활동 확대 등 총 11개 공약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 총 61개의 소확행 공약을 내놨고, 이보다 다소 늦게 생활밀착형 공약을 발표하기 시작한 윤 후보는 심쿵공약과 ‘59초 쇼츠 생활공약’을 합쳐 총 49개의 공약을 발표한 상태다. 생활밀착형 공약인만큼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게 될 집단에서는 호응이 뜨겁다. 이 후보의 소확행 공약이 크게 주목받은 것도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부터였다. 이렇다 보니 양측 모두 경쟁적으로 특정 유권자를 타깃한 공약으로 노골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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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루에 1개꼴로 공약을 내놓으면서 두 후보의 공약의 차별성은 떨어지고 있다. 이 후보의 탈모치료제 지원 공약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재명은 심는다’ 라는 유행어까지 낳게 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끌자, 윤 후보는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 혈당 측정기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약속했다. 또다시 이 후보가 임플란트 지원을 내걸자, 윤 후보는 건강보험 적용 확대는 탈모·임플란트보다 생사가 달린 위중증 환자들에게 우선 적용해야한다는 논리를 수용해 중증질환·희귀암 치료제 지원 발표로 맞불을 놨다. 대상자만 달라질 뿐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게 두 후보의 공통된 특징이다.


아동·영유아를 위한 정책도 닮은 꼴이다. 이 후보는 아동급식 카드 사용처를 확대하고 급식지원 단가를 올리겠다고 한 한편 윤 후보는 초등학생 전원에게 아침밥과 방학 동안의 점심밥을 제공하겠다면서 급식 지원을 약속했다. 영유아의 발달장애 지원을 위한 비용 확대에는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걸었다. 생활밀착형 공약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이제는 누구 공약인지도 모를 정도로 비슷해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결국에는 중도층을 누가 더 많이 갖고 오느냐의 싸움으로 가기 때문에 선거 후반에는 상당히 흡사한 공약들이 나오게 된다"면서 "양측이 서로 부족한 공약을 보완하다보면 차별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지난 대선에서도 문 후보 쪽에서 병역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했을 때 박 후보가 안 받다가 결국에는 받았다. 표 계산을 하는 것"이라면서 "어떤 공약에 어떤 층이 반응을 보이는지 표 계산을 해서 맞대응 카드를 내고, 결국에는 서로 닮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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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선심성 지원 공약이다보니 재원 확보도 불투명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과거에는 보수, 진보 등의 이념 혹은 세대간 분리되어 공약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탈이념, 실용주의인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공약을 내놓다보니 과거와 다른 양상의 공약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거시적인 시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어 핀트(초점)를 빗나갔다"고 해석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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